현대차 하청업체, 비정규직 여사원에 적반하장 인사조치

동아일보 입력 2010-09-25 03:00수정 2010-09-2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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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진정에 돌아온건 “해고”
사내 성희롱 피해자를 회사 측이 되레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며 해고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고용노동부와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업체인 K물류는 20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비정규직 여성근로자인 박모 씨(44)에 대해 해고를 결정했다. 회사 측은 박 씨에게 ‘금일부로 근로관계가 종료됐다. 자세한 사항은 우편물을 참조하라’고 문자메시지로 통보했다.

박 씨는 지난해 초부터 직장 간부 A 씨와 B 씨 2명에게 지속적으로 성희롱 및 성추행을 당해 이달 초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박 씨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A 씨는 박 씨에게 ‘우리 둘이 자고 나도, 우리 둘만 입 다물면 누가 알겠느냐’고 말하고 ‘사랑한다’ 등의 문자를 보냈다. B 씨도 작업 도중 박 씨의 엉덩이를 차고 어깨와 팔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하고 하룻밤에 세 차례나 동침을 요구하는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견디다 못한 박 씨는 통화 내용을 녹음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또 다른 회사 간부는 오히려 “전화 녹취는 불법행위”라며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이혼 후 혼자서 세 자녀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회사 측은 ‘회사 내 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며 지난해 12월 징계위원회를 열고 박 씨에게 감봉 3개월과 시말서를, A 씨에게는 직책박탈, 감봉 3개월 및 시말서 작성의 징계 조치를 각각 내렸다.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측은 “가해자인 B 씨가 당시 징계위원회 인사위원장을 맡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박 씨와 사내하청지회는 ‘성희롱 피해자 징계’라는 어이없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달 3일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권위는 현재 사측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그러자 회사 측은 20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박 씨에 대한 해고를 결정했다. 박 씨는 소명 자료 준비와 개인 사정을 이유로 이날 인사위원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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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측은 “지난해 말 피해자 징계 이후 별다른 일이 없었는데 갑자기 해고를 통보한 것은 피해자가 인권위에 진정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며 “인권위 조사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가해자 대신 피해자를 징계, 해고하는 일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K물류는 완성차를 출고장소까지 옮기는 일을 대행하는 현대차 하청업체로 80여 명이 현재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K물류 측은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 사안에 대해서는 아무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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