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재정난 허덕이는 ‘빈곤아동 공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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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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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170개 지역아동센터 만성 적자에 문 닫을 판
평가 나쁘면 정부지원 깎여“잣대 까다롭다” 불만 고조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돌보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인천에 있는 170곳의 지역아동센터는 “정부 평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평가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돌보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인천에 있는 170곳의 지역아동센터는 “정부 평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평가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정부가 약간의 보조금을 주고 있지만 너무 까다로운 잣대로 평가를 매기고 있습니다. 문을 닫는 지역아동센터가 늘면 결국 ‘빈곤 아동’들에게 피해가 돌아갑니다.”

A 목사는 인천 남구에서 5년간 운영하던 지역아동센터 문을 닫으려 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 생활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의 쉼터이자 공부방으로 인천에만 170여 곳이 있다. A 목사의 지역아동센터에는 60여 명의 청소년이 있었지만 지난해 9월 정부 평가가 실시된 이후 29명으로 줄었다. 그는 “월세 보증금을 내지 못하고 있어 조만간 문을 닫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곳은 지난해 정부 평가에서 지역 내 아동센터 중 상위권에 속해 매달 300만 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급식료, 사회복지사 급료, 월세 등 운영비에는 턱없이 모자라 A 목사가 개인 돈을 계속 투입하고 있다.

인천 계양구의 W아동센터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곳을 운영하는 B 원장은 “정부가 보살피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키며 밤늦게까지 돌보고 있는데, 운영비 현실화를 외면한 채 차별적 평가를 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곳은 49명의 청소년이 있었지만 지난해 9월 이후 28명으로 줄었다. 29명 이상이면 사회복지사를 2명 이상 배치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동센터에 다니는 청소년들은 별도 돈을 내지 않고 있다. 방학 때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아동센터에 나올 수 있고, 식사도 제공받는다.

W아동센터의 경우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를 포함해 4명의 교사가 있다. 교사들은 일대일 기본 학습지도를 해주면서 미술, 체육, 음악, 문화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주말에는 박물관, 예술공연 관람을 하러 다니고 있다. 스포츠댄스를 하는 10여 명의 학생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정도로 실력을 갖췄다. B 원장은 “아동센터 운영을 위해 매달 개인 돈 100만∼150만 원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인천지역 170여 개 지역아동센터 원장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신용불량자 처지로 전락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해 지역별로 2, 3명의 평가위원을 파견해 아동센터의 운영실태를 점검한 뒤 평가 순위를 매기고 있다. 평가 결과에 따라 하위 20%에 속한 아동센터에 대해 운영 지원금을 최대 50% 삭감하고 있다. 그런데 140여 곳의 아동센터는 이런 정부 평가가 불합리하다며 평가를 거부하고 나섰다. ‘지역아동센터 올바른 평가 정착을 위한 인천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 평가방식에 문제가 많아 인천에서는 평가 거부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며 “미래 희망인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돌보는 것은 국가 책무”라고 주장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아동센터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객관적인 지원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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