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검색기’ 미리보니… 7초면 속속 투시, 은밀한 부위 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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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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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부터 국내 공항 4곳서 시범운영

보안검색 요원이 12일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출국장에 설치된 전신검색기를 통과하고 있다. 검색대에서 50m가량 떨어진 이미지분석실 영상기에는 실제 체형보다 뚱뚱하게 처리된 영상(왼쪽 위)이 떴고, 얼굴과 중요 부위는 흐릿하게 처리됐다. 몸에 숨긴 은닉물질이 선명하게 보인다. 인천=박영대 기자
보안검색 요원이 12일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출국장에 설치된 전신검색기를 통과하고 있다. 검색대에서 50m가량 떨어진 이미지분석실 영상기에는 실제 체형보다 뚱뚱하게 처리된 영상(왼쪽 위)이 떴고, 얼굴과 중요 부위는 흐릿하게 처리됐다. 몸에 숨긴 은닉물질이 선명하게 보인다. 인천=박영대 기자
12일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1번 출국장. 보안검색 요원 2명이 검색기를 통과하고, 50m가량 떨어진 ‘이미지 분석실’에서 이들의 몸속에 은닉된 물품을 찾아내는 항공보안 시연이 펼쳐졌다.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항공테러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설치하는 ‘전신검색기’를 언론에 처음 공개하는 자리였다. 전신검색기는 9월 한 달간 시범 운영한 후 10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테러에 대비한다고 하지만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아 도입을 앞두고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 실물과 다른 영상 정보

보안요원은 양팔을 머리 부위까지 들어 올린 뫼 산자(山) 모양으로 전신검색기 앞에 섰다. 1번 출국장에 설치된 검색기는 미국에서 들여온 방사선 방식의 장비로, 의료용 X선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의 1만분의 1 용량을 검색 대상자에게 투과한다. 이를 통해 옷과 피부 사이에 있는 모든 물질을 영상 정보로 제공한다는 것.

이 장비는 세라믹 무기, 액체, 고무, 전선, 플라스틱, 금속, 마약 등 대부분의 위해물질을 탐지할 수 있다. 이날 보안요원 몸에는 넥타이 핀, 허리띠 버클 등 금속물질과 플라스틱 라이터가 숨겨져 있었다. 이들이 검색기를 통과할 때 이미지 분석실에서는 이상물질 은닉 사실을 즉각 밝혀냈다. 이상물질이 숨겨져 있던 가슴, 허리, 허벅지 등 3곳의 신체 부위가 영상에 나타났다. 하지만 분석실 영상은 검색대에 선 보안요원 실물과는 다소 달랐다. 얼굴 부위는 흐릿하게 나타났고, 몸은 실물보다 다소 뚱뚱한 모습으로 확대돼 있었다. 또 ‘중요 부위’는 모자이크 처리된 것처럼 나타나 형체를 분간하기 어려웠다. 또 전신검색기 외부에 설치된 영상기는 검색 대상자를 애니메이션 방식으로 처리해 본인 여부를 알기 힘들었다. 이날 검색대 통과 후 이미지를 분석하는 데 걸린 시간은 7초가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신검색기는 피부 속 장기를 투시할 수 없기 때문에 항문 등 은밀한 부위에 숨겨진 물품은 찾을 수 없다. 국내 도입된 전신검색기는 인천국제공항 3대, 김포공항 1대, 김해공항 1대, 제주공항 1대 등 총 6대. 검색 대상자는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는 요주의 승객으로 한정하고 있다. 1차 검색 과정에서 휴대용 금속탐지기에 걸린 정밀 검색 대상자나 미국 교통보안청(TSA)이 통보한 ‘블랙리스트’ 대상자만이 전신검색을 받게 된다. 임산부, 영유아, 장애인 등은 전신검색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신검색장비는 현재 미국 영국 네덜란드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독일 등 세계 주요 공항에서 운영하고 있다.

○ 끊이지 않는 사생활 침해 논란

국가인권위원회는 전신검색기 도입과 관련해 올 6월 “인권침해 소지가 많다”며 국토부에 설치금지를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국토부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전체 승객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이미지 저장 기능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그런 내용은 설치금지 권고를 내리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테러 예방의 효과가 있는지 검증되지 않은 데다 개인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권위 측은 “오늘(16일)에서야 국토부가 ‘권고 불수용’ 공문을 보내왔다”며 “조만간 인권위의 공식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신검색장비 도입에 대한 일반인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대학생 이혜지 씨(23·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는 되지만 몸이 전부 보인다고 하니 께름칙하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원 이태훈 씨(37)는 “일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테러 예방 등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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