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법외노조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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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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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조합원 제외’ 대의원대회서 거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대의원대회를 열어 ‘해고된 교사에게는 조합원 자격을 주지 말라’는 고용노동부 시정 명령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노동부는 2차 시정명령을 내릴 방침이지만 대의원대회의 결의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결의를 두고 “전교조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 위해 법외노조의 길을 밟기 시작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교조는 14일 충남 천안시 충남학생교육문화원에서 제60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규약 개정안 및 하반기 사업계획안을 확정했다. 전교조는 노동부에서 요구한 △쟁의행위 금지 △의결 방식 변경 △단체협약 체결 방식 변경은 받아들였다. 그러나 ‘부당하게 해고된 조합원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는 규약은 그대로 유지했다.

해고자들은 ‘전교조 활동의 아이콘’이다. 이들은 대부분 정부 정책 반대운동에 적극적으로 앞장선 인물이다. 이들을 ‘보호’하지 못하면 조직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다.

그런데도 참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표를 던졌다. 전교조 소식통은 “2주 전부터 집행부가 지역에 내려가서 사전 작업을 한 것으로 안다. 의결 과정도 매우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나머지 규정을 바꾼 이유가 더 중요하다. 앞으로 ‘우리는 이렇게 노력했는데 정부에서 계속 핍박한다’며 여론몰이를 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 법외노조 카드는 선거용?

법외노조 준비작업이 전교조 위원장 선거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전교조는 올 12월 제15대 위원장 선거와 시도 지부장 선거를 치른다. 전교조에서 예상하는 합법 지위 상실 시점을 한 달여 앞두고 선거가 실시되는 셈이다.

전교조 위원장 선거는 보통 전교조 양대 계파인 ‘참교육실천연대(참실련)’와 ‘교육노동운동의 전망을 찾는 사람들(교찾사)’ 간의 대결로 진행된다. 2008년 선거에서 참실련은 전교조 역사상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여기에 6·2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들이 선전하면서 전교조 지도부는 고무된 분위기다. 그러나 교원능력개발평가 전면 실시를 막지 못했다는 책임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전교조 관계자는 “지도부가 세 번째 연임의 당위성을 내세우기 위해 선거 시기에 맞춰 새로운 이슈를 펼치려는 것이다. (상대적 강경파인) 교찾사도 꺼릴 이유가 없는 이슈”라고 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해고자들이 본부나 지부에서 노조 전임자로 일하며 임금을 보전받지만 무위도식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조합원들 사이에 불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이들이 가진 ‘지분’을 무시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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