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졸업’ 장애인 23명중 취업 3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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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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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은 기업 취직뒤 편견-무배려에 중도하차대입 특별전형-의무고용에도 진로장벽 여전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에게도 취업의 벽은 높았다. 동아일보가 2002∼2004년에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서울대생 25명의 진로 현황을 조사한 결과 23명 중 취업을 한 학생은 3명(기업체 2, 공무원 1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기업체에 5명이 취업했지만 올해 입사한 2명을 제외하고 3명은 모두 입사 1년 만에 무직 상태가 됐다.

소아마비로 거동이 불편한 A 씨(법학과·38)는 졸업과 동시에 유명 외국계 기업에 입사했다. 이 기업에서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학과 사무실에 추천해달라고 요청한 것이 기회가 됐다. 입학할 때부터 나이가 적지 않았던 그는 누구보다 기뻤다. 그러나 A 씨는 입사한 지 1년 만에 회사를 나왔다. 그는 “성과를 내기 위해 빨리빨리 일을 해야 하는데 따라가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A 씨는 “회사가 장애인을 뽑기는 했지만 어떤 일을 시키고 어떤 지원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며 “실질적으로 똑같이 일할 기회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시각장애인 B 씨(디자인학부)는 웬만큼 큰 글자가 아니면 읽을 수 없다. 그는 졸업 이후 한 대기업에 입사했다. 디자인을 전공한 다른 친구들이 박봉에 열악한 근무여건을 감수하는 것에 비하면 감사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1년 후 퇴사를 결심했다. 매일 이어지는 야근 때문에 눈에 무리가 오면서 더 일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B 씨는 “신입사원은 일단 위에서 시키는 걸 해내야 한다. 몸 상태가 어떻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가 생긴 뒤 의무고용 비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국가·지자체의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2%에서 3%로 확대했고 올해부터는 민간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도 2%에서 2.3%로 확대했다. 각 기업이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맞추려고 하기 때문에 장애인의 취업 기회는 늘어났지만 고학력자도 취업 상태를 유지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서창원 서울대 장애학생지원센터 전문위원은 “고학력 장애인은 의지만 있다면 취업 자체가 어렵지는 않다”며 “하지만 아무리 고학력이라도 막상 취업하면 회사 내에서 구체적인 역할을 확보하지 못해 조기 퇴사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은 “취업을 하고 싶어도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 때문에 애초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23명 중 6명이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대입 특별전형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발 혜택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김종인 나사렛대 교수(인간재활학)는 “대졸 이상 장애인 대다수가 학력 수준에 맞는 직종을 택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학에서 진로 지도를 강화하고 대학과 사업체의 연계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김미향 인턴기자 서울대 종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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