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1만5000명 1년 쓸 물 지하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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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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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지하수 인공함양기술’ 프로젝트 올해안 완료

《2007년 9월 제주도는 태풍 ‘나리’가 시간당 100mm의 비를 뿌리고 가면서 물난리를 겪었다. 제주시 한천이 범람해 13명이 숨졌고 재산피해도 928억 원에 달했다. 홍수가 났다고 제주도를 물이 풍족한 지역으로 보면 안 된다. ‘2025년 제주광역도시계획’에 따르면 제주도 역시 2020년경 물 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물은 많은데 쓸 만한 물이 부족한’ 지역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과학기술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냥 흘려보내던 물’에 관심을 뒀다. 평소에 물을 지하에 저장해 뒀다가 갈수기 때 사용한다는 것이다.》
○ “이제 허비되는 물은 없다”


저류지에 저장된 물은 ‘인공함양정’을 통해 지하로 흘러간다. 사진 제공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저류지에 저장된 물은 ‘인공함양정’을 통해 지하로 흘러간다. 사진 제공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화산섬인 제주도는 현무암질로 되어 있다. 내린 빗물은 구멍이 송송 뚫린 현무암을 빠져나가 지하로 흘러간다. ‘수자원의 지속적 확보기술개발사업단’(이하 사업단)은 제주도의 특성을 연구해 홍수 때 흘러가는 물을 지하에 저장했다가 재활용하는 방법을 실전에 적용했다. 이 연구는 국가가 주요한 대형 연구를 지원하는 ‘21세기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 중 하나로 2001년 시작해 내년 3월 끝난다.

사업단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2007년 ‘제주 친화형 지하수 인공함양기술(J-ART·Jeju-friendly Artificial Recharge Technology)’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제주도의 주요 하천에 소규모 둑인 ‘보(洑)’를 세워 넘치는 물을 저장했다가 재활용하는 사업이다. 폭우로 유량이 많을 경우 보를 열어 그냥 보내는 대신 인근에 만든 저류지(貯溜池)로 유도한다. 저류지에 고인 물은 홍수 등이 끝난 뒤 지하로 연결된 통로인 ‘인공함양정’을 통해 내려보낸다.

연구진은 지하 50m 깊이에 인공함양정을 설치할 때 가장 많은 하천수(함양정 1공당 1만5000t)를 주입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각 저류지에 깊이 50여 m, 지름 400mm인 인공함양정 10공을 설치했다. 이 인공함양정을 타고 50m가량 흘러내린 물은 다시 150m 지하로 더 내려가 지하수층과 합쳐진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하수자원연구실 김용제 책임연구원은 “저류지에서 200m가량을 흘러간 물은 모래, 흙 등을 통과하면서 자연적으로 정수된다”고 설명했다.

하천에 ‘보’세워 빗물저장,지하연결 통로로 물 내려 갈수기 때 끌어올려 사용

J-ART 사업은 제주도에서 가장 긴 하천인 한천에 위치한 제1·2저류장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제1저류지는 올해 5월 완공했다. 제2저류지도 곧 완공돼 비가 많이 오는 8∼10월경 실제 환경에서 시험할 계획이다. 김 연구원은 “제주도는 비가 오면 말랐던 하천이 금세 불면서 풍부한 유량을 자랑하다가도 이내 지하로 물이 스며들면서 순식간에 가늘어진다”며 “J-ART를 통해 지하로 빠진 물 중 연간 250만∼300만 t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시 1만5000명이 한 해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 지하수 막고 빗물 모으고


제주도에 적용된 기술 외에도 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 전국 곳곳에서 쓰인다. 강원 속초시는 2000년 쌍천 지역 지하에 길이 832m의 ‘지하댐’을 건설했다. 이 댐은 하천에서 스며든 지하수가 흐르는 길에 물막이벽을 설치해 지하수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속초시 상수도사업소 김영대 팀장은 “속초 쌍천 지하댐은 42만 t의 지하수를 저장하고 있고 하루 취수용량이 3만 t을 넘는다”며 “속초시 필요 수량의 80%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는 2006년 적용한 ‘강변여과방식’으로 지난해 상수원의 절반 이상을 공급했다. 강변퇴적층에서 지하로 흘러들며 자연스럽게 정화된 물을 사용하는 방식인데 과거엔 그냥 버려지던 것이다. 인천·대전 월드컵경기장은 ‘빗물수확방식’으로 지붕이나 운동장에 떨어지는 빗물을 모아 조경, 소방 등에 쓴다.

속초시도 ‘지하댐’ 만들어 하루 3만t 이상 꺼내 써

수자원이 중요해지면서 물은 ‘블루골드(Blue Gold)’라고도 불린다. 1인당 연간 강수량이 2591mm로 세계 평균의 12% 수준인 우리나라는 물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승 사업단장(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연구실 연구위원)은 “남는 하천수를 지하에 저장하는 기술은 고갈되는 중소하천을 살리고 지하수 수질 개선에도 효과적인 만큼 앞으로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①하천에 설치된 보에서 넘친 물이 저류지로 흘러든다.② 물은 저류지에 저장된다.③ 저장된 물은 인공함양정을 통해 지하로 흘러간다. ④ 지하수층에 저장된 물을 갈수기 때 끌어올려 쓴다
①하천에 설치된 보에서 넘친 물이 저류지로 흘러든다.② 물은 저류지에 저장된다.③ 저장된 물은 인공함양정을 통해 지하로 흘러간다. ④ 지하수층에 저장된 물을 갈수기 때 끌어올려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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