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도로 “車보다 사람”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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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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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1년새 162개 늘고, 육교 5년새 43개 줄고
“육교가 무단횡단 부채질” 횡단보도 137개 추가 설치

올 4월 횡단보도를 설치하기 전 서울 성동구 용답동 도시철도공사 앞 도로와 설치 뒤 모습.
올 4월 횡단보도를 설치하기 전 서울 성동구 용답동 도시철도공사 앞 도로와 설치 뒤 모습.
약도를 보고 찾아가는 도심. 이리저리 헤매다 목적지가 차도 건너 코앞에 있다는 것은 알았는데 횡단보도가 없다. 약속시간은 지났고, 그렇다고 목숨을 걸고 무단횡단을 할 수도 없다. 가까이 있는 육교를 찾아 오르는데 숨은 가쁘게 차오르고, 짜증도 난다.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만한 경험이다.

○ 횡단보도 늘고…

서울시에서 인도의 보행 동선이 단절돼 생기는 불편은 앞으로 차츰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시는 2008년부터 횡단보도 확충·정비 기본계획을 세워 보행자의 이동 편의성을 높이고 통행권을 보장하기 위해 연차적으로 횡단보도를 확충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시가 관리하는 도로상의 횡단보도는 1만3597개로 지난해 6월보다 162개가 늘었다. 자치구가 관리하는 도로상의 횡단보도까지 포함하면 2만6303개로 같은 기간 505개가 늘었다. 횡단보도는 보행 동선 단절구간에 신설하거나, 중앙버스차로 정류장을 신설하면서 정류장과 인도를 잇기 위해 새로 만들기도 한다.

주요 간선도로에도 설치된 횡단보도는 시민들의 체감효과가 더 크다. 시는 2008∼2009년 서울시내 14개 주요 간선도로 구간에 횡단보도를 설치했다. 잠실역 종로1·3가 신설동 보라매역 잠실종합운동장 수유역 교차로, 신도봉 사거리, 국민은행 망우삼거리, 회현동, 용산역, 답십리 삼거리, 회기역 등이다. 모두 차도를 건너기 위해 상당한 거리를 우회해야 해 보행자의 불편이 컸던 곳이다.

시 관계자는 “자동차 통행을 먼저 고려했던 기존 도로정책을 벗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자와 보행자 중심의 걷기 편한 거리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횡단보도를 확충하고 있다”며 “주요 간선도로의 보행 단절구간에 2014년까지 137개 횡단보도를 추가로 확충,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육교는 내리막…

2009년 7월 곰달래 보도육교를 철거하기 전과 후 모습. 육교가 없어진 자리에 새로 횡단보도가 설치됐다. 사진 제공 서울시
2009년 7월 곰달래 보도육교를 철거하기 전과 후 모습. 육교가 없어진 자리에 새로 횡단보도가 설치됐다. 사진 제공 서울시
서울 대원외고, 대원고, 대원여고, 용곡중, 용곡초는 광진구 중곡역 인근 중곡동길 동쪽에 남북 방향으로 줄지어 있다. 중곡동길은 왕복 4차로밖에 안 되지만 이들 5개 학교에 재학하는 수많은 학생은 지난해까지 매일 등하교 때마다 보도육교를 오르내려야 했다. 횡단보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민들과 대원고 등이 횡단보도를 설치해 달라는 청원을 넣었지만 보행자 안전과 교통 효율성을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런 불편은 교통규제심의위 결정에 따라 지난해 10월 24일 육교가 철거되고 횡단보도가 새로 생기면서 없어졌다.

횡단보도가 늘어나는 대신 보도육교는 줄어드는 추세다. 시에 따르면 올 7월 현재 서울에는 모두 187개의 육교가 있다. 2005년 이후 56개의 육교가 철거되고 13개가 신설돼 전체 육교 수는 43개가 감소했다. 5년 동안 18.7%가 줄었으니 감소 속도가 빠른 편이다.

육교를 철거하고 횡단보도를 설치하면 길을 건너는 사람들의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육교 부근에 교통사고가 많다고 한다. 육교를 건너기 귀찮아하는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노약자와 장애인들의 보행권을 보장하기 위해 오래된 육교를 없앤 자리에는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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