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책읽는 엄마, 애들이 더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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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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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성화중 학부모 모임
매달 도서관서 독서 토론
책읽고 문학관 나들이도

“엄마 공부하니 애들도 열심”

‘성화중 학문동’ 어머니들이 22일 학교 도서관에서 지규현 교장(왼쪽)과 최명희 문학관을 다녀온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권효 기자
‘성화중 학문동’ 어머니들이 22일 학교 도서관에서 지규현 교장(왼쪽)과 최명희 문학관을 다녀온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권효 기자
“오늘 주제를 토론하기 전에 ‘최명희 문학관’을 둘러본 이야기부터 좀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직도 여운이 많이 남은 듯하니까….” 22일 오후 대구 북구 복현동 성화중학교 도서관. 학생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하느라 조용한 도서관에는 지규현 교장(60)과 함께 학부모 7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성화중 학문동’ 어머니들이다. ‘학문동’은 ‘학부모 문학 동아리’를 줄인 말. 지난해 3월부터 매월 한 번 자녀가 다니는 학교 도서관에 모여 독서토론회를 연다.

이날 주제는 마틴 셀리그먼의 ‘긍정심리학’을 미리 읽고 토론하는 자리였으나 지난달 전북 전주에 있는 ‘최명희 문학관’을 다녀온 인상이 아직 생생해 그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하자는 의견이 나온 터였다. 학문동 회원들에게 최명희는 곧 문학의 스승이다. 최명희(1947∼1998)는 1996년 대표작 ‘혼불’을 10권으로 완간했다.

임금순 씨(40·북구 복현동)는 최명희 문학관을 다녀온 게 결혼 후 거의 15년 만의 여행이라고 했다. 남편 뒷바라지를 하면서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세월이 훌쩍 지났다는 것이다. 임 씨는 “평소 최명희라는 인물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며 “문학관에 담겨 있는 그의 체취를 느끼면서 내 삶을 돌아보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이선민 씨(40·북구 산격동)는 “최명희가 ‘혼불’에서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며 “사람의 혼을 이룬다는 맑은 혼불을 저마다 마음에 지켜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최명희 문학관을 체험한 선생님과 학부모들은 최명희의 치열한 창작정신에 숙연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윤갑용 교감(56)은 “글자 하나하나를 서예작품처럼 정성껏 쓴 육필원고를 보니 뭉클했다”며 “이런 정신이 없다면 어떤 창의적 작품도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행에는 최명희의 모교인 전주 기전여고 교장을 지낸 김환생 시인(62)이 최 작가와의 생생한 경험도 들려줬다. 김 시인은 초등학생 때 최명희와 문예반 활동을 했다고 한다.

이날 모임은 최명희 이야기와 토론을 하다 보니 ‘독서 삼매경’에 빠진 듯했다. 국어교사 출신인 지 교장은 “한 달에 한 번이지만 도서관에 생동감이 넘치도록 하는 소중한 시간”이라며 “학교의 새로운 전통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문동’은 학생들에게도 ‘긍정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학생회장인 3학년 전준 군(16)은 “어머니들이 문학동아리를 만들어 도서관에서 공부해 우리도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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