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체 8곳에 묻은 흰색 알루미늄 산화물, 어뢰서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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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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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뢰 폭발의 흔적
어뢰 폭약에 쓰인 알루미늄…폭발때 비결정 산화물로 흡착
“흰색 물질서 나온 흑연도 수중폭발의 명확한 증거”

천안함 연돌에도… 어뢰 프로펠러에도… 똑같은 ‘하얀 증거’19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공개된 천안함 절단면(왼쪽 사진 점선 안)과 20일 국방부에서 공개된 어뢰 프로펠러에서 흰색 알루미늄 산화물 가루가 공통으로 관찰되고 있다. 국방부는 폭발력을 증시키기 위해 어뢰 폭약에 넣는 알루미늄 성분이 천안함 절단면과 어뢰 프로펠러에서 함께 발견된 점이 이 어뢰가 천안함을 타격한 증거라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전영한 기자 ☞ 사진 더 보기
천안함 연돌에도… 어뢰 프로펠러에도… 똑같은 ‘하얀 증거’19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공개된 천안함 절단면(왼쪽 사진 점선 안)과 20일 국방부에서 공개된 어뢰 프로펠러에서 흰색 알루미늄 산화물 가루가 공통으로 관찰되고 있다. 국방부는 폭발력을 증시키기 위해 어뢰 폭약에 넣는 알루미늄 성분이 천안함 절단면과 어뢰 프로펠러에서 함께 발견된 점이 이 어뢰가 천안함을 타격한 증거라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전영한 기자 ☞ 사진 더 보기
민군 합동조사단은 20일 천안함이 어뢰에 의해 침몰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로 천안함에서 발견된 다양한 화약성분을 제시했다. 특히 천안함 절단면에서 발견된 흰색 물질과 어뢰 잔해에서 발견된 물질의 화학성분이 정확하게 일치해 ‘어뢰 피격’을 확인해줬다. 흰색 물질은 총을 쏜 뒤 화약흔이 남는 것처럼 어뢰가 남긴 일종의 흔적인 셈이다.

외견상 금속이 부식된 것처럼 보이는 이 물질은 선체 8곳과 어뢰 추진기 등 폭발물 파편 2곳에서 발견됐다. 함수에서 함미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발견됐고 대부분 함체 아랫부분에 묻어 있었다. 강한 물살에도 불구하고 함수와 함미에서 씻겨 내려가지 않았다.


○흰색 흡착물질의 정체

윤덕용 민군 합동조사단장은 19일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기자들을 만나 “흰색 흔적은 폭발물에서 나온 비결정성 알루미늄 산화물이 주류이며 어뢰에 담겨 있던 알루미늄 분말이 비결정체 산화물로 바뀐 것”이라며 “가스가 지나가면서 특히 연돌에 흡착됐다. 연돌에 남은 흡착물질은 줄이 지나간 것처럼 흔적이 생겼다”고 말했다.

합조단이 흡착물질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비결정성 알루미늄 산화물 45∼55% △탄소 0.6∼3.0%(일부 흑연) △황 3.5∼4.5% △수분 등 36∼42%로 검출됐다. 이 성분은 쌍끌이 어선을 통해 발견한 어뢰의 추진기에 묻은 흰색 흔적의 성분과 비교했더니 일치했다고 한다. 이 결과는 함체와 어뢰 추진기에 비슷한 형태의 화학작용이 동일하게 일어났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윤 단장은 “흡착물질이 프로펠러와 철로 만들어진 추진기 표면에서도 관찰됐으며 모터 속에도 그런 물질이 있었다”며 “최근 어뢰 폭약에 알루미늄 분말이 20∼30% 사용된다. 알루미늄 분말은 폭발 위력을 증가시키고 특히 버블을 만드는 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비결정성 알루미늄 산화물은 알루미늄이 빠른 시간 내에 급격한 에너지를 받아서 생성되거나 높은 온도에서 갑자기 급속도로 냉각될 때 생긴다. 그러나 알루미늄이 일반적으로 천천히 부식될 때는 결정을 가진 형태로 산화물을 만든다. 어뢰가 폭발하는 과정에서 나온 기체가 갑자기 차가운 물과 만나 냉각되면서 고체인 비결정성 알루미늄 산화물로 바뀌었다고 합조단은 분석했다. 흡착물질이 함체에 붙은 상태로 오랫동안 물에 씻겨 내려가지 않은 것은 폭약 산화물이 화학 구조상 안정된 상태로 남았기 때문이다. 합조단은 “비결정성 알루미늄 산화물은 알루미늄 분말이 어뢰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생겼고 폭발로 산화되면서 강한 거품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합조단 폭발유형분석분과 이근득 박사는 “(흡착물질엔) 고온 고압에서 형성되는 흑연도 발견됐다”며 “이런 물질은 수중폭발이 발생했을 때 생긴다. 분석을 통해 (어뢰) 프로펠러와 천안함에서 검출한 흡착물질이 동일한 물질임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과연 어뢰 폭발 때 흰 물질 생길까

합조단은 자체 실험을 통해 어뢰가 폭발할 때 천안함 침몰 때처럼 흰색 물질이 생기는지 확인했다. 먼저 어뢰 폭발물에 주로 사용되는 성분으로 RDX(Research Department Explosive)와 트리니트로톨루엔(TNT), 알루미늄 분말을 골랐다. 이 밖에도 다양한 성분을 어뢰 폭발 방식에 따라 넣고 배합했다. 문병옥 합조단 대변인은 “7년 전 발견된 북한의 훈련용 어뢰에는 화약이 담겨 있지 않아서 모의 폭발물 제조에 필요한 화약을 따로 만들어야 했다”며 “북한 어뢰의 배합비율을 알지 못해서 일반적인 어뢰 폭발물의 배합비율을 따랐다”고 말했다.

합조단은 RDX와 TNT, 알루미늄을 적당 비율에 따라 넣은 폭발물 15g을 만들었다. 이 폭약을 해수(4.5t)로 채운 가로 2m, 세로 1.5m, 높이 1.5m의 수조에 넣었다. 실험 결과 폭발물이 터진 뒤 수조가 깨졌다. 합조단은 모의 폭발물 실험에서 천안함에서 발견한 흰색 흡착물질과 같은 흰색 물질을 얻었다. 어뢰 폭발로 흰색 흡착물질이 생긴다는 사실을 이 실험을 통해 자체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모의실험에서 나온 흰색 물질의 구성 성분도 비결정성 알루미늄 산화물과 탄소, 황 등이 섞여 있었다. 그러나 구성 성분의 비율은 천안함의 흡착물질과 달랐다. 합조단 관계자는 “천안함 아래쪽에서 터진 어뢰의 폭발물 성분과 실험에 쓰인 폭발물의 구성 비율이 미세하게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동영상 = 北어뢰 파편 공개…천안함 침몰 결정적 증거





▲ 동영상 = 처참한 천안함 절단면…北 중어뢰 공격으로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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