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편지/진주현]‘공공의 적’ 비만과 싸우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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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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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면 수시로 접하는 내용이 다이어트 요법에 관한 광고이다. 단 일주일 만에 10kg을 감량할 수 있다는 말은 과대광고일 여지가 많지만 그래도 살 때문에 고민인 사람에게는 혹하는 문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에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직접 나서서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 미국의 비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살과의 전쟁이 그 어느 때보다도 미국을 뜨겁게 달궜다. 미국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비만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오고 비만 관련 질병을 치료하는 데 천문학적인 의료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만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인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저녁을 먹었을 때의 일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대접하고 싶어서 풍성한 쌈 채소와 함께 삼겹살을 구웠고 맥주에 곁들여 먹기 위해 닭날개를 노릇하게 튀겨냈다. 모두 고기를 좋아하는 친구들이어서 맛있게 먹으면서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몸무게에 유달리 신경을 쓰는 친구 한 명이 저녁 먹는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삼겹살에 붙어 있는 비계를 모조리 다 잘라낸 후 살코기만 먹고 닭튀김의 껍질을 모두 벗겨내고 살만 먹는 것이 아닌가. 고기는 자고로 비계가 적당히 섞여야 맛있고 닭튀김은 껍질과 살을 함께 먹어야 제 맛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살찔 것 같아 못 먹겠다면서 열심히 발라내는 깡마른 미국인 친구의 모습은 생소하기만 했다.

미국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몸무게가 수백 kg인 사람이 움직이기가 힘들어 거실 소파에 몇날 며칠을 계속해서 앉아 있는 바람에 소파에 살이 붙어 버려서 구급차가 출동해 사람과 소파를 분리해 냈다는 일화이다. 이런 유의 일화는 미국인에게 결코 낯설지 않다. 또 반대로 비만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면서 혹시라도 살찔까 두려워서 먹을 때마다 칼로리를 계산하고, 조금이라도 더 먹으면 당장 나가서 운동을 하거나 심한 경우 화장실로 달려가 토해낸다는 여대생도 미국에서는 낯설지 않다.

사실 인류 역사에서 비만이 문제로 떠오른 것은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전까지 대부분의 사람은 흰쌀밥에 고깃국을 배터지게 먹어 보는 일이 소원이었기 때문에 양귀비 같은 당대 최고의 미녀는 하나같이 풍성한 몸매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먹을 것이 늘 부족한 데 익숙한 사람의 몸은 지방과 같은 고연료 영양소가 들어오면 몸에 잘 비축해 두었다가 나중에 영양소가 부족하면 그때 대체연료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급격한 산업화와 함께 고열량 음식이 싼값에 공급되기 시작했고 사람은 몸이 필요로 하는 양 이상으로 섭취했다. 하지만 지난 수백만 년간 지방을 비축해 두는 쪽으로 진화한 사람의 몸은 이처럼 빠른 변화에 미처 적응하지 못했다. 우리의 몸은 여전히 지방이 들어오면 계속해서 저장해 두므로 원치 않는 살이 찌고 비만이 문제가 된다.

미셸 오바마 여사의 비만 퇴치 캠페인은 아주 단순한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고열량 음식을 자꾸만 사 먹다 보면 살이 찌기 쉬우니 되도록이면 집에서 채소를 많이 사용해 요리를 직접 해 먹고 충분한 운동을 하자는 것. 세상의 많은 일이 그렇듯 실천으로 옮기기보다는 말이 더 쉬운 일일지 모른다. 그래도 캠페인이 성공을 거두어 많은 사람이 살찔까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진주현 재미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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