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놀이터 없는 50명 이상 어린이집 ‘정원 강제감축 방침’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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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업계 “경영난” 반발

보건복지부가 최근 야외 놀이터를 갖추지 못한 정원 50인 이상 보육시설에 대해 정원을 강제로 줄인다는 방침을 밝히자 논란이 일고 있다.

복지부는 2005년 개정한 ‘영유아보육법’ 가운데 ‘정원 50인 이상 보육시설은 1인당 3.5m² 이상의 야외 놀이터를 설치해야 한다’는 조항의 5년 유예기간이 올 1월 말로 끝남에 따라 지자체를 통해 놀이터를 설치하지 못한 어린이집을 조사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자체 조사 결과에 따라 시정명령을 내린 뒤 계속 개선하지 않는 곳은 정원 감축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현재 정원 50인 이상 어린이집은 전체 어린이집 3만3400여 개의 25%인 8500여 곳이다.

이에 대해 해당 어린이집들은 정원을 줄이면 경영난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

보육업계는 야외 놀이터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든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기 의왕시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A 원장은 “옥상 놀이터 설치에 필요한 안전고무매트의 가격이 m²당 4만 원이어서 100m²만 깔아도 400만 원이다”며 “여기에 매트 운반비와 시공비를 추가하면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정원이 많은 곳은 필수 면적도 늘어난다. 100명 정원인 곳은 최소한 157m²(약 40평)를 매트로 깔아야 한다.

‘100m 이내 도로를 횡단하지 않는 인근 놀이터’가 있을 경우 어린이집은 따로 놀이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조항이 있지만 도심에선 그런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보육업계에선 “보육교사와 함께 안전수칙을 지키면서 횡단보도를 건너게 할 테니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조승현 푸른보육경영 사무국장은 “도심 내 설치되는 직장보육시설일 경우, 야외 놀이터를 자체적으로 만들거나 대체할 만한 인근 놀이터를 구하기 어렵다”며 “놀이터 규정을 피하기 위해 정원을 줄여 만들면 보육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놀이터 논란’이 일어난 것은 복지부가 보육시설을 양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에서 질적 수준을 높이는 쪽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1990년대 중반 보육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자 1997년 어린이집 신설을 기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꿨다. 또 인근에 초등학교 운동장이 있으면 문을 열 수 있도록 하는 등 시설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2005년 1월 보육 환경이 나쁜 어린이집이 많다며 허가제로 복귀했다.

복지부는 정원 감축 조치가 보육 환경의 질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5년간 유예기간을 준 이상 더는 미룰 수 없다”며 “그동안 야외 놀이터를 준비하지 못한 것은 어린이집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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