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에듀칼럼/중학 공부, 내신보다 중요한 학습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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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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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고등학교(이하 외고)와 자립형사립학교(이하 자사고) 입시에 ‘자기주도학습 전형’이 본격 도입되면서 ‘서술형 내신’과 ‘자기소개서’가 화두로 부상했다.

지금까지의 시험은 ‘결과’만을 평가하는 방식이어서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효율적인 시험공부, 즉 점수 잘 받는 요령에 학습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학습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고 학습자가 배운 내용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시험도 채점이 편하고 학생들 수준을 점수로 구분하기 좋은 형태를 선호해왔다. 이른바 ‘내신형 문제’라고 하는 것들이 여기에 속한다. 맞고 틀림이 분명한 유형의 문제들이다. 사고력을 요하지 않는 암기와 반복 위주의 전형적인 한국형 공부법을 양산한 주범이기도 하다.

중학생은 당장 얼마나 많은 지식을 습득하는가보다는 앞으로 더 많은 공부를 계속하기 위한 학습능력을 체득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모두 외우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 교과 공부를 해나갈 수 있도록 기본적인 독해능력을 갖추려고 애써야 한다. 교과 내용과 자신의 상황을 연결시켜보는 것도 반드시 경험해봐야 할 학습과정이다. 이것은 7차 교육과정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교사는 수업에서 목표한 범위 내의 모든 지식을 학생들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학생들이 모든 지식을 머리에 넣고 다녀야 할 이유가 없다. 그 대신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찾아 해석하고 적용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100개의 지식을 무턱대고 암기하는 것보다 10개의 지식을 제대로 이해해서 나머지 90개의 지식을 학생 스스로 찾아내 공부하는 것이 훨씬 좋은 학습이다. 교사는 모두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학생은 모두 배우고 외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7차 교육과정에서 ‘수준별 교육과정’ ‘학생중심 교육과정’ ‘재량활동’ 등이 도입됐지만 실제 학교현장에서는 교사와 학생 모두 양에 대한 강박을 떨쳐내지 못해 여전히 6차 교육과정에 가까운 학습이 진행되고 있다. 1995년 학생부 도입, 1998년 이해찬 교육부 장관의 교육개혁, 2008년 대입제도 개선안, 그리고 현 정부의 대입 자율화 3단계까지 많은 교육 정책이 7차 교육과정 실현을 위해 제시됐지만 교실은 여전히 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서술형 및 논술형 내신시험 시행이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서술형이나 논술형이 상위권 학생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흔히 중하위권 학생들로선 사고력을 요하는 시험보다 암기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암기를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성적에서 ‘부익부빈익빈’의 원인이 된다. 이해가 안 된 내용을 무작정 외우느라 낭비하는 에너지를 하나라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쓰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올바른 교육이다.

그런 점에서 외고와 자사고 입시가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형태로 바뀐 건 정말 좋은 기회다. 이제 내신시험 점수에 ‘올인’(다걸기)하지 말고 아이의 학습능력이 얼마나 신장되었는지에 관심을 두자.

초기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서술형 문제의 질과 평가의 공정성을 놓고 말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다시 객관식 암기형 문제로 돌아간다면, 교사와 학생 모두 편해질지는 몰라도 절대 수준이 높아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초등에서의 창의사고력 평가, 중등에서의 서술형 내신시험과 자기주도학습 전형, 고등에서의 수능과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이어지는 사고력 중심 학습의 줄기가 중등 단계에서 비틀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해웅 ㈜타임교육 하이스트 대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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