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미만 대상 성범죄자 작년 401명중 195명 풀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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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선고 집계

A 씨(25)는 지난해 5월 같은 동네에서 알고 지내온 B 양(15)을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A 씨는 “B 양과 사귀는 사이였고 B 양이 강하게 반항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풀려난 A 씨는 올 2월 12세 소녀와 성관계를 맺은 뒤 이를 찍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피해자의 실명으로 유포해 징역 2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이유리 양(13) 살해사건 피의자인 김길태 씨(33)는 이 사건에 앞서 두 차례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해 법원에서 형량이 줄었다. 만약 형량이 줄지 않았다면 김 씨는 여전히 사회와 격리돼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아동 대상 성범죄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법이 정한 합당한 형량을 채우지 않은 채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나고 있으나 대책은 허술하기 그지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한나라당 정미경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13세 미만 미성년자(아동) 대상 성범죄 처벌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대법원까지 올라온 아동 대상 성범죄 피의자 465명 중 징역이나 금고 등 자유형을 선고받은 자는 44.3%인 206명에 그쳤다. 반면 167명(35.9%)은 집행유예를, 28명(6.0%)은 벌금형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 밖에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거나 피의자가 숨져 재판이 중단된 경우가 51명(11.0%), 선고유예가 4명(0.9%), 무죄가 9명(1.9%)이었다. 아동 대상 성범죄 유죄 확정 판결자 중 48%가 풀려난 것이다. 이는 그나마 지난해 7월 대법원이 성범죄 등에 대해 양형 기준을 강화하면서 자유형이 많이 늘어난 결과다. 2004년과 2005년 아동 대상 성범죄 처벌 현황을 보면 자유형보다 집행유예 비율이 높다.

정 의원은 “아동 대상 성범죄자는 사이코패스로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며 “집행유예 등을 통해 아무런 대책 없이 사회로 돌려보내는 것은 시한폭탄이 시내를 활보하도록 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위스에서는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 대해 집행유예를 금지하고 있다”며 “집행유예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과 민주당 최영희 의원 등은 지난해 ‘조두순 사건’ 이후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 대해 집행유예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이 판사의 재량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해 수개월째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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