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이 사람/일흔 나이에 조선대 미대 입학한 정태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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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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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뻘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면 젊어지겠죠”

“손자뻘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면 젊어지지 않을까요.” 2일 조선대 입학식이 열린 체육관. 학생들 사이로 나이가 지긋한 만학도가 눈에 띄었다. 미술학부(한국화 전공)에 입학한 정태현 씨(70·화순군 화순읍·사진)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접어야 했던 배움의 길을 고희의 나이에 다시 이어간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얼굴에 설렘이 묻어났다. 올해 전남대와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는 두 아들의 아버지인 정 씨는 “반세기 만에 가진 입학식이어서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평소 붓을 가까이 했던 정 씨는 전국광산노동조합연맹 화순탄광노두노동조합 총무부장 시절인 1990년 본격적으로 그림과 서예를 배우기 위해 의재 허백련 선생이 설립한 연진미술원을 찾았다. 주경야독으로 3년 과정을 수료한 그는 화순읍에 조그만 서예학원을 차릴 정도가 됐다. 광주시미술대전, 전남도미술대전, 한국화특장전 등 각종 공모전에서 18번 입상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지만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는 공부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체계적인 미술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에 가기로 작정하고 고졸학력 인정 검정고시에 도전했지만 환갑을 훌쩍 넘긴 정 씨에게는 어렵고 험난한 시간이었다. 2년여 만인 지난해 5월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조선대 한국화전공 특기자 전형에 지원한 그는 “떨어질까 가슴 조였는데 합격통지를 받고 무척 기뻤다”며 “두 아들의 응원과 아내의 내조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꿈에 그리던 대학생이 됐지만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겁고 어떻게 헤쳐 나갈까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실기와 이론을 겸비한 진정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정 씨는 “졸업 후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대학 강단에 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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