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내신 ‘1등급(4%)’에 이르기까지 최상위권 학생이 맞닥뜨릴 수 있는 걸림돌은 ‘수행평가’와 ‘서술형 문제’다. 여기선 평가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가차 없이 감점을 당하기 쉽다. 수행평가와 서술형 문제란 양대 산맥,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 중학교 2, 3학년 영어내신을 1등급으로 유지한 신구중학교 3학년 심재철 군(16·대원외고 합격)과 양천중학교 3학년 이지영 양(15·대일외고 합격)은 “해답은 교과서에 있다”면서 “기존 중간·기말고사 준비법을 탈피해 말하기, 쓰기 실력 자체를 키우는 것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교과서를 활용한 이들의 말하기, 쓰기 실력 향상법을 통해 수행평가와 서술형 문제 만점에 도전해 보자.》
→수행평가
중학교 수행평가에선 영어발음이나 유창함보단 성실성, 창의성, 자신감이 더 중요하다(표 참조). 평소 얼마나 성실히 수업에 임하느냐, 얼마나 적극적으로 과제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수행평가 점수가 결정된다.
심 군의 학교에선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의 식문화 비교하기’처럼 특정 주제에 대해 원고를 작성하고 이를 2∼3분 동안 발표하는 형식의 말하기 수행평가가 진행됐다. 심 군은 교과서 본문에 포함된 문장들을 재료로 삼아 특정 단어를 바꾼 뒤 새로운 문장을 만드는 식으로 원고를 작성했다. 제한된 발표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원고량은 A4용지 절반 정도로 조절했다. 완성된 원고는 언제 어디서든 술술 말할 수 있을 만큼 완벽하게 외웠다. 2분 동안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모두 전달하도록 시간을 재면서 적당한 속도로 말하는 연습도 했다.
이 양의 학교에선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해 말하는 수행평가가 진행됐다. 학생이 3개의 카드를 뽑은 뒤 각 카드에 적힌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해 말하는 방식. 이 양은 영어회화(다이얼로그)에 나온 표현을 따로 정리해 외운 뒤 예상 질문을 뽑고 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말해보는 방식으로 수행평가 한 달 전부터 말하기 연습을 했다.
이 양은 “자신 있게 큰 목소리로 답하되 문법적인 오류 없이 정확한 문장을 말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면서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설명해주셨거나 프린트에 실렸던 영어회화 표현까지 완벽히 숙지하면 당황하지 않고 어떤 문제든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선생님의 TIP
수행평가 과제가 ‘○분 스피치’라면 연극, 뉴스 진행, 가장 인상적이었던 여행지를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 등으로 형식을 바꿔볼 수 있다. ‘흥부와 놀부’의 한 장면을 현재 시점에 맞게 각색해 직접 대사를 쓴 뒤 집에 있는 옷을 활용해 2분짜리 연극을 하거나 프레젠테이션에서 자기가 직접 만든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를 선보인 학생들은 창의성, 적극성, 성실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대청중학교(서울 강남구 대치동) 김미란 중3 영어담당 교사는 “수행평가 과제로 교내외 영어대회에 참가해 상까지 받으면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나 2단계 면접에서 좋은 자료로 이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조언했다.
→ 서술형 문제
심 군과 이 양은 중학교 중간·기말고사 영어시험 문제가 나오는 ‘범위’에 주목했다.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 또는 수업시간에 받은 프린트물 밖에서는 출제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했다. 수업시간에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100% 활용하면 어떤 고난도 문제가 나와도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이들은 학교 기출문제를 통해 어떤 문제가 서술형 문제로 출제되는지부터 분석했다. 먼저 교과서 내용과 직결된 문제를 살펴보았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문법 문제(‘현재완료 시제’를 활용해 한국어 문장을 영어 문장으로 바꿔 쓰시오) △단원 첫머리에 등장하는 학습목표(본문의 일부를 지문으로 준 다음 ‘이 글의 주제를 6단어의 영어로 쓰시오’)가 서술형으로 단골 출제됐다.
프린트와 관련해선 두 가지 출제유형을 꿰뚫었다. △영어회화(다이얼로그)에 나왔던 표현을 활용해, 문제로 제시된 두 사람의 대화내용을 완성하거나 △위인에 대한 전기를 다룬 교과서 본문과 관련해 자기가 존경하는 인물과 그 이유를 생각해보는 활동들이 서술형 문제로 변형돼 출제되었다.
모두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이 살짝 변형돼 출제되었던 것. 하지만 과거처럼 교과서나 프린트를 통째로 외운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교과서에서 배운 문법을 활용해 새로운 문장을 써보는 연습, 영어로 자기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기술이 있어야 부분감점 없이 서술형 문제를 소화해 낼 수 있다.
이들은 먼저 교과서 본문 중 그 단원에서 배웠던 특정 문법이 포함된 문장을 완벽히 외웠다. 그런 다음 수년 치 학교 기출문제 중 문법과 관련된 문제는 빠짐없이 골라 풀었다. 이 양은 객관식으로 출제된 문법 문제도 서술형 문제로 여기고 문장을 직접 써보는 식으로 훈련했다. 예를 들어, 5개의 선지 중 문법적으로 옳은 것을 고르는 문제라면 틀린 4개의 선지를 모두 올바르게 고쳐 쓰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단련했던 것.
이들은 ‘존경하는 인물과 그 이유’처럼 자기 생각을 쓰는 문제가 나왔을 땐 쉬운 단어를 사용해 최대한 간결하게 문장을 쓰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길고 어려운 단어, 복잡한 문장구조로 답안을 작성해도 문법적으로 오류가 있거나 철자를 틀리면 부분감점을 당하기 때문.
심 군은 빠른 시간 내에 답안을 작성하기 위해 ‘특정 인물이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이유’를 서술한 교과서 본문 내용을 머릿속에 떠올린 다음, 교과서 문장에서 일부 단어만 바꾸는 방식으로 완벽한 문장을 답안지에 써 넣었다. 심 군은 “이런 문제를 보면 당황해하며 시간을 지체하기 쉽다”면서 “교과서 본문 내용을 정확히 암기하고 시험에 나올 수 있는 예상문제를 미리 만들면서 평소 영어로 자기 생각을 써보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생님의 TIP
시험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지도를 주고 ‘길을 찾는 사람과 안내하는 사람의 대화 내용 작성하기’ 같은 색다른 형식의 서술형 문제도 출제될 수 있다. 단어를 여러 개 제시하고 어순에 맞게 문장을 구성하는 서술형 문제에선 불필요한 단어가 ‘함정’으로 포함돼 있을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월촌중학교(서울 양천구 목동) 손채은 중3 영어담당 교사는 “영어를 한국어로, 한국어를 영어로 매끄럽게 번역하는 훈련을 하는 한편 각 문법의 ‘예외 규칙’까지 정확히 숙지해야 서술형 문제에서 감점당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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