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무죄 옹호 방송… “유리한 내용만 발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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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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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이 요구한 원본테이프는 안내놓은 채 추가 인터뷰 방영
■ 빈슨이 CJD-vCJD 혼용?
2008년 7월 해명방송땐
“둘은 다르다” 확실히 답변

■ 美언론도 인간광우병 보도?
의혹 제기한 지역 방송국
이틀뒤엔 다른 사인 제시

MBC PD수첩이 26일 방송한 ‘형사소송 1심, PD수첩 무죄’ 편에서 아레사 빈슨 어머니(로빈 빈슨)의 추가 인터뷰 등 새로운 자료를 내놓은 것에 대해 “방송을 이용해 일방적 주장을 보도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PD수첩은 이날 빈슨의 어머니가 추가 인터뷰에서 ‘내가 말한 CJD(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는 모두 vCJD(인간광우병)를 의미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방송이 나간 뒤 PD수첩이 2008년 4월 29일 ‘광우병’ 편 첫 보도 이후 여러 차례의 후속 방송에서 자기주장을 강변해 온 데 이어 이번에도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재교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는 “검찰이 공개를 요구한 원본 테이프는 내놓지 않고 자기 판결에 유리한 방송을 했다”며 “자신의 잘못을 옹호하고 변명하기 위해 공기(公器)인 전파를 사적으로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 PD수첩, 추가 인터뷰서 유리한 발언만 전해

PD수첩은 ‘무죄’ 편에서 ‘광우병’ 편 논란이 불거진 3개월 뒤 김보슬 PD가 미국에서 빈슨의 어머니를 다시 만나 인터뷰했다고 했다. 하지만 제작진이 그에게 어떤 식으로 질문했는지, 얼마나 많은 관련 질문을 던졌는지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발언만 상세히 소개했을 뿐이다.

PD수첩은 또 “당시 많은 미국 언론은 빈슨이 vCJD로 사망했다고 추정해 보도했다”며 빈슨이 사는 지역의 방송국인 ‘WAVY TV’의 2008년 4월 8일 방송을 소개했다. 이 장면에서는 ‘vCJD에 걸렸을지 모르는 한 포츠머스 여성(아레사 빈슨)의 일로 혼란스럽거나 걱정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는 말을 자막과 함께 보여줬다.

그러나 빈슨이 vCJD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을 낮게 본 다른 언론의 보도는 소개하지 않았다. PD수첩 ‘광우병’ 편의 공동 감수자이자 번역자였던 정지민 씨에 따르면 WAVY TV는 4월 10일에 다른 종류의 CJD가 사인일 가능성을 제시하며 “sCJD(산발성 CJD)로 사망했을 수 있다”는 포츠머스 병원 담당자의 발언을 소개했다. 지역신문 ‘햄프턴 로즈’도 주정부 보건담당관의 말을 인용해 vCJD 외에 다른 질병이 사인이었을 가능성을 보도했다. 실제로 빈슨의 사인은 vCJD와 상관이 없는 베르니케 뇌병변이라는 사실이 2009년 4월 밝혀졌다.

○ 검찰 “빈슨 어머니의 인간광우병 언급은 새롭지 않아”

서울중앙지검은 ‘무죄’ 편에 대해 2008년 4월 ‘광우병’ 편이 방송되기 전 김보슬 PD가 인터뷰할 당시에 빈슨의 어머니는 CJD와 vCJD를 구별하고 있었다며 PD수첩이 2008년 7월 15일 해명하는 방송에는 그가 “CJD는 vCJD와는 다르다”고 말하는 화면을 내보낸 적도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또 빈슨의 어머니는 인터뷰 도중 CJD 가능성뿐 아니라 vCJD 가능성 얘기도 했기 때문에 빈슨 어머니가 vCJD를 언급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빈슨의 사인에 대해 vCJD 외에 다른 진단, 예를 들어 CJD나 위 절제 수술 후유증 등은 언급하지 않은 채 오직 vCJD 진단을 받아 마치 이 때문에 사망한 것처럼 보도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유족이 의사를 상대로 낸 소장에 빈슨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vCJD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는 PD수첩의 주장에 대해서도 “수사 단계에서 이 소장을 검토했으나 유족 측이 오진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하게 의심받은 병명 중 vCJD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한 것으로 보여 증거로 삼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법원에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PD수첩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료만 발췌해 편파적 방송을 할 것이 아니라 항소심에서는 원본자료를 제출해 진실규명에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PD수첩, 자기주장만 되풀이

PD수첩은 왜곡 보도 논란에 대해 여러 차례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2008년 5월 15일 농림수산식품부가 낸 정정 및 반론보도 신청과 관련해 직권조정으로 MBC가 ‘보도문’을 내도록 했다. “(주저앉은)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다는 증거가 없으며 소가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대사장애, 골절 등 다양한 현상에서 기인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PD수첩은 6월 24일 방송에서 “주저앉는 ‘젖소(dairy cow)’를 ‘이런 소(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소)’로 번역한 이유는 ‘오역’이 아니라 ‘의역’이다”라고 맞섰다.

농식품부가 7월 1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재를 요청한 다음 날 PD수첩은 방송을 통해 다우너 소 동영상을 광우병 의심 소라고 한 것은 왜곡이 아니며 빈슨의 사인을 vCJD로 한 것도 미국 방송사의 예를 들며 그럴 만한 정황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방송이 나간 다음 날 방통심의위는 PD수첩에 대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의결했고 7월 31일 서울남부지법은 정정보도 판결을 하며 이례적으로 “PD수첩은 정정이나 반론보도를 할 경우 가급적 판결내용에 대한 코멘트를 하지 말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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