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서울지하철 9호선, 모의운전연습기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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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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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덜컹… 선로 ‘씽씽’ 입체화면 ‘아바타’ 뺨쳐
화재-승객추락 등 가상 시나리오 예고없이 발생
정차할 역 지나치고 출입문 위치 못 맞춰 진땀

26일 서울 강서구 개화동 지하철 9호선 김포차량기지 훈련장에서 직원 박형욱 씨가 모의운전연습기로 실무훈련을 받고 있다. 박 씨가 오른손으로 쥐고 있는 장치가 전동차 속도를 조절하는 주간제어기다. 홍진환 기자
26일 서울 강서구 개화동 지하철 9호선 김포차량기지 훈련장에서 직원 박형욱 씨가 모의운전연습기로 실무훈련을 받고 있다. 박 씨가 오른손으로 쥐고 있는 장치가 전동차 속도를 조절하는 주간제어기다. 홍진환 기자
승객 수백 명을 태운 열차가 컴컴한 터널 속을 달린다. 조종실에는 기관사 단 한 명뿐. 운행 중 갑작스레 불이 나거나 선로로 승객이 뛰어든다면? 이런 아찔한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열차 기관사들은 꾸준한 훈련을 거친다. 특히 대구지하철참사 이후 강화된 법에 따라 신임 기관사들은 면허증이 있더라도 400시간 이상(6000km) 실무 수습 교육을 받아야 한다. 최근 최신 운전사 교육용 모의운전연습기를 설치한 서울 강서구 개화동 9호선 김포차량기지 내 훈련장을 26일 찾아 직접 체험해봤다.

○ 영화 ‘아바타’ 부럽지 않은 입체 훈련

훈련장에 들어서면 겉모습까지 실제 열차와 똑같이 만들어놓은 ‘전기능 모의운전연습기(FTS)’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바닥에 달린 ‘모션장치’가 차체를 좌우로 움직이면서 덜컹거리거나 기울이는 효과를 준다. 기계 앞에는 선로와 주변 풍경 등을 보여주는 대형 스크린이 걸려 있다. 특수 곡면 스크린이라 영화 ‘아바타’ 뺨치는 입체 영상을 구현한다.

기관사들이 훈련을 받는 코스에는 선로 위로 승객이 추락한 경우와 화재가 난 경우, 터널이 무너져 내린 경우 등 106가지 가상 시나리오가 있다. 교관석에서 시나리오를 입력하면 스크린에 해당 상황이 예고 없이 펼쳐진다. 교관들은 조종석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로 훈련생들의 대처 방식을 모니터링한 뒤 조언을 해준다.

운전 장치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품은 ‘주간제어기’다. 자동차로 치면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한다. 위로 올리면 속도가 느려지고 아래로 내리면 빨라진다. 하루 평균 6시간 이상 운전하는 기관사들의 졸음을 방지하기 위해 레버를 손으로 누른 채 조작해야 작동된다. 운전석 바로 위에는 동전만 한 빨간 버튼이 있다. ‘보안제동스위치’로 자동차의 사이드브레이크에 해당한다. 가장 강력한 제어장치다보니 누르면 열차 승객들에겐 상당한 충격이 가해진다. 화재가 발생하거나 사람이 뛰어드는 등 비상 상황에만 누른다.

훈련장에는 FTS 외에도 훈련생들이 개인적으로 연습할 수 있는 ‘기본기능운전연습기(PTS)’와 ‘컴퓨터지원교육시스템(CAI)’이 있다. 각 실무 과정을 마칠 때마다 훈련생들은 객관식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 기자가 직접 운전해보니…‘구속이 염려되는 실력’

전준표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 연수팀 과장의 도움을 받아 직접 제어기를 잡아봤다. 주간제어기 옆 작은 화면에는 운전 구간별로 허용되는 최대 속도가 빨간 글씨로 표시된다. 지정된 속도를 넘기면 비상 경고음이 울리고 안전장치가 자동으로 제어에 들어간다.

이 지정 속도를 넘기지 않으려고 계기판만 쳐다보던 기자는 결국 첫 번째 승강장은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두 번째 승강장에선 겨우 멈춰서긴 했는데 이번에는 출입문 위치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9호선은 모든 역마다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는데 열차 출입문을 승강장 출입구에 맞추지 못해 문 열기에 실패했다.

정해철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담당자는 “9호선 열차는 승객 안전을 위해 출입구 위치가 승강장에서 앞뒤로 35cm만 벗어나도 출입문이 열리지 않도록 설계됐다”며 “기관사들은 꾸준한 훈련을 거쳐 출입구 위치를 감으로 익힌다”고 설명했다.

열차를 조금 더 움직여 겨우 출입문 위치를 맞췄지만 이번에는 반대쪽 문을 잘못 열었다. 원래대로라면 열차가 선 방향에 맞춰 ‘문 열림’ 버튼을 누르고 CCTV 화면에 비치는 승강장 상황을 눈으로 확인한 뒤 ‘닫힘’ 버튼을 눌러야 한다. 문을 닫기 전에는 열차 내부와 승강장에 “출입문 닫겠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을 전하는 것이 모범 답안이다. 과연 기자의 운전 실력은 몇 점 정도인지 묻자 전 과장은 “이 정도면 회사에서 해고되는 문제를 떠나 구속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손상현 인턴기자 인천대 중국통상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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