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좋은 ‘강남3구’ 교장은 장학사-장학관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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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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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리로 도마 오른 서울시교육청… 최근 4차례 교장 인사 분석해봤더니
67명중 31명이 서초구 등 발령
중랑-도봉구 등엔 1명도 안가
“승진자 순위 바뀌는 경우도”

최근 서울시교육청 소속 장학사와 장학관이 인사 청탁 뇌물로 수천만 원을 받으며 장학사의 권한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교육전문직인 장학사와 장학관이 각급 학교와 교사에 대해 갖는 영향력은 막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아일보가 2008년부터 지금까지 4차례 이뤄진 서울시교육청 정기 교장 인사를 분석한 결과 교육전문직의 영향력은 소문대로였다. 교육청 전문직 출신들은 서울 강남구 등 소위 ‘물 좋은 지역’의 학교 교장 자리에 집중 배치됐다. 장학사, 장학관에서 교장으로 발령받은 67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1명이 강남구(13명), 서초구(6명), 송파구(12명)로 발령받았다. 반면 중랑구, 동대문구, 도봉구, 용산구, 서대문구 학교로는 단 한 명도 가지 않았다.

이에 비해 일선 학교 교감에서 교장으로 승진한 281명은 각 지역에 골고루 발령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직 출신이 한 명도 가지 않은 중랑구와 동대문구에도 각각 11명, 10명이 발령을 받았다. 관악구와 구로구에는 각각 17명이 배치돼 전문직 출신 교장 인사와 대조적이었다. 교감 출신 교장들이 가장 많이 발령을 받은 지역은 노원구(25명), 송파구(22명), 양천구(18명) 순으로 서울시내 구별 학교 수와 대부분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에서는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장학사나 장학관이 지역에 오면 교장 교감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는 것이 교육계의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장학사 장학관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데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라며 “인사 대상자의 순위가 바뀌는 일도 드물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교육청 전문직이 원하는 학교 교장으로 발령받는 정도는 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인사 비리에 연루된 전직 장학관은 지난해 승진 대상자 평정 점수를 조작한 혐의가 드러나 시교육청이 자체 감사를 하고 있다.

강남 지역이 아니더라도 각 지역에서 규모가 큰 학교 교장은 대부분 전문직 출신이 선점한다. 교육공무원 승진규정에 따르면 교장은 자기가 원하는 지역이나 학교를 신청할 수 없고 교육청에서 주거지, 성별 등을 고려해 일괄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원칙이다. 승진 대상자는 근무성적, 교육경력, 연수성적 등을 합산한 평정 점수를 받고 순위에 따라 승진한다. 점수 취합과 순위 결정은 전적으로 시도교육감과 인사담당자의 권한이다. 이 때문에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청 전문직의 인사 권한이 너무 막강하다”며 “교장공모제 등 다양한 교장 임용 제도가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명기 서울시 교육위원은 “인사담당자와 교육감이 모든 인사를 처리하는 지금 체계에서는 돈을 써서라도 윗선과 가까워질 수 있는 장학사를 하려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현재 승진 시스템은 중간에 비리를 거를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다”며 “투명한 인사를 위해 인사위원회가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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