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빛을 전기로” 집광판 8만여장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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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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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68만㎡규모 ‘에너빅스 김천 태양광발전소’ 가보니

年2만6000MW 전기생산
김천 8000여가구 쓸수있어
4만배럴 석유 대체 효과

CO₂ 年1만7000t 감소
유엔 청정체계 인증 받아
전시관엔 관람객 줄이어


‘에너빅스 김천 태양광발전소’ 지희관 소장(왼쪽)이 김천시 이은숙 에너지정책담당(가운데)에게 집광판의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이권효 기자
‘에너빅스 김천 태양광발전소’ 지희관 소장(왼쪽)이 김천시 이은숙 에너지정책담당(가운데)에게 집광판의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이권효 기자
“햇빛이 좋아야 할텐데….” 신재생에너지 관련 시설이 증가하면서 맑은 날을 학수고대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특히 태양광발전소가 그렇다. 햇빛의 힘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발전소에서 태양은 석유나 석탄과 마찬가지. 비나 구름 등으로 햇빛이 가려지면 엄청난 시설의 태양광발전소도 무용지물이다.

단일 태양광발전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경북 김천시 어모면 옥계2리 ‘에너빅스 김천 태양광발전소’. 햇빛을 모으는 역할을 하는 집광판(모듈) 8만6583장이 68만 m²(약 20만 평)의 산비탈에 모여 있다.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듯했다. ㈜삼성에버랜드가 1500억 원을 들여 2008년 9월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곳은 연간 2만6000MW의 전기를 생산한다. 이는 김천지역 총가구의 15%인 8000여 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연간 4만 배럴의 석유 수입을 대체할 수 있고 석유 등을 사용하는 발전소에 비해 연간 1만7000t가량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다. 올해 10월에는 유엔의 청정개발체계(CDM) 인증을 받았다. 지희관 발전소장(48)은 28일 “오늘은 햇빛이 좋아 마음이 푸근하다”며 “퇴근할 때면 내일 날씨가 어떨지 걱정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이 발전소에는 적지 않은 ‘신재생에너지 관람객’이 방문한다. 상업운전 이후 지금까지 에너지 분야를 전공하는 대학생을 비롯해 기업체 직원 등 4000여 명이 다녀갔다. 올해 발전소의 잔디 관리나 배수로 정비 등에 김천 주민 등 1만여 명이 일을 했다. 태양광에너지가 일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태양광 전시관’도 인기다. 발전소 앞 옥계2리 윤광영 이장(53)은 “관람객이 많이 와서 우리 마을에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발전소 덩치는 크지만 근무하는 직원은 5명뿐이다. 해가 뜨면 발전을 하고 해가 지면 자동으로 멈춘다. 직원들이 퇴근한 뒤 밤에 발전소를 지키는 것은 ‘준’이라고 부르는 한 살짜리 진돗개다. 들쥐가 돌아다니면서 집광판 뒤에 있는 전선을 갉아먹기라도 하면 비싼 시설도 쉽게 망가진다. 사설 보안업체가 곳곳에 폐쇄회로(CC)TV와 경보장치를 설치해뒀지만 들쥐나 산짐승을 완벽하게 막지는 못한다. 밤낮 없이 귀를 세우고 돌아다니는 ‘준’의 역할이 상당하다고 한다.

김천시는 태양광과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대량으로 설치하는 작업을 착착 진행 중이다. 내년에는 시청사를 비롯해 주요 공공건물 18곳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며 2013년까지는 어모면과 봉산면 일대에 대규모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설 계획이다. 김천시 이은숙 에너지정책담당(50·여)은 “머지않아 김천이 추풍령 이남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지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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