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등대에 가면 추억이 만들어진다

  • Array
  • 입력 2009년 12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음악-조명 눈길… 데이트 명소로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러….’ 요즘 전남 완도군 완도읍 가용리 방파제 끝에 설치된 등대의 터치패드에 손을 대면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진다. 일명 ‘노래하는 등대’다. 1989년 처음 불을 밝힌 이 등대는 올해 1월 새로 지어졌다. 음향시설과 조명시설을 갖추고 사각 모양의 나선형(높이 15m, 너비 3m)으로 완도항을 오가는 배와 항구를 형상화했다. 진도항로표지종합관리소 이경진 관리담당(44)은 “11일 크리스마스 캐럴과 가요로 바꿨는데 반응이 좋다”며 “오후 6시가 넘어서면 음악에 맞춰 이퀄라이저 형식의 발광다이오드(LED)가 춤을 춘다”고 말했다. 바닷길을 밝혀 선박의 안전 운항을 돕는 등대가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기존 원통형 등대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미적 요소를 가미하고 다양한 기능을 첨가해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등대는 단순한 관광상품 차원을 넘어 음악회 등 각종 공연과 전시회가 열리는 해양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 등대의 화려한 변신

1963년 첫 불빛을 밝힌 경북 포항시 북구 항구동 포항항 동방파제에 있는 등대는 지난달부터 ‘사랑고백’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높이 14m인 등대의 중간 지점에 무지개 색깔을 낼 수 있는 전광판을 설치해 가족이나 연인의 사랑을 5분 동안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11월에 29명이 사랑을 고백한 데 이어 이달에는 21일 현재 81명이 신청했다.

전남 목포시 북항의 동방파제와 서방파제 끝에는 풍차 모양의 쌍둥이 등대(높이 12.1m)가 9일 첫선을 보였다. 등대에는 관광객을 위한 낙서판이 설치돼 있다. 소망을 쓰고 사랑도 고백하는 낙서판은 등대박물관에 기증될 예정. 목포시 용해동 서남쪽 800m 해상에 건립된 횃불 등대는 목포항 개항 112주년에 맞춰 10월 점등됐다. 26m 높이의 붉은색 횃불 모형이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을 연상케 한다. 김삼열 목포지방해양항만청장은 “내부 직원 공모와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외부 전문가에게 자문도 해 등대에 ‘예술’이라는 옷을 입히고 있다”고 말했다.

○ 친수(親水)공간으로 각광

2007년 1월부터 운영에 들어간 경남 통영시 도남항 동방파제 등대인 ‘문학기념조형등대’는 예술작품에 가깝다. 연필을 하늘로 세운 모습이어서 ‘연필 등대’라고도 불린다. 높이 20m인 이 등대는 통영이 배출한 다양한 예술가들과 그들의 업적을 모은다는 개념으로 설계됐다.

경남에서는 사천시 대방항 방파제 등대가 데이트 장소로 연인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고성군 삼산면 포교항 방파제 등대는 주변에 전시공간을 만들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마산지방해양항만청 이상태 등대담당은 “등대 고유의 기능을 살리면서 지역의 역사성과 예술성 등을 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 동해안의 등대들도 바다와 인간을 연결해 주는 아름다운 친수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속초시 영랑동의 속초등대는 ‘속초 8경’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풍광이 뛰어나 봄, 가을 결혼 시즌이면 웨딩촬영을 하는 예비 신랑, 신부들로 북적인다. 동해시 묵호등대는 TV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 소개되면서 올 7, 8월에만 4만여 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매년 해맞이 축제 때 클래식과 국악 공연이 열리는 고성군 거진읍 거진등대는 4월 전망대와 조형물, 산책로를 갖춰 해맞이 공원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목포=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통영=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포항=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