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초등6 - 중1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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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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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바뀌면 공부 스트레스 확 늘어날 그들 “올 겨울 춥다추워”

《겨울방학은 과연 신날까? 아니다. 적잖은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에게 40일간의 겨울방학은 스트레스 그 자체다.

이번 방학이 끝나면 중학생이 될 초등 6학년은 내년부터 당장 10개가 넘는 과목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 ‘잘함’ ‘보통’ ‘노력’으로 두루뭉수리하게 표시되던 초등학교 성적표도 중학생이 되면 반 등수와 전교 등수가 적나라하게 기입되는 ‘공포’의 종잇장으로 변한다.

중1이 겨울방학을 앞두고 받는 스트레스는 더 구체적이다. 대부분의 특목고가 입시전형에서 중2 내신 성적부터 반영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내년부터 치르는 중간·기말고사의 성적은 당장 ‘미래’와 직결되는 것. 겨울방학동안 성적을 더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

초6, 중1 자녀를 둔 학부모도 겨울방학에 난감해진다. 사춘기에다 학업스트레스가 겹치는 바람에 부쩍 ‘까칠해진’ 자녀를 현명하게 이끌기는커녕 자녀와 갈등하고 결정적으로 사이가 멀어지는 부모가 부지기수다.

초6, 중1 학생과 학부모가 겨울방학을 맞아 체감하게 되는 스트레스의 본질은 뭘까? 그리고 이 스트레스를 성공적으로 이용하고 극복할 방법은 뭘까?》

“언니가 중1인데요. 성적표를 보면서 ‘전교 77등으로 떨어졌다’고 펑펑 울더라고요. 초등학교 땐 평균 90점 정도면 ‘잘함’이었는데…. 중학생이 되면 등수랑 점수가 다 나온다니 걱정이에요.”

내년 초 중학생이 되는 초6 김모 양(11·서울 성북구)은 엄마에게 수없이 들은 ‘중학교 반 배치고사’와 ‘중1 첫 중간고사’의 중요성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이 시험으로 등수가 매겨지고 그 등수가 앞으로 3년을 좌우한다는 엄마의 얘기. 김 양은 지난 주말 엄마와 서점에서 배치고사 대비문제집을 5권 구입했고 방학 동안 중1 대비 영어, 수학학원에 다닐 계획이다.

아이들은
“중학성적표엔 반-전교등수 다 표시된다는데…”
“외고… 과학고… 고교입시, 중2 내신부터 본대요”


‘신나는 공부’ 취재팀은 초등온라인교육사이트 에듀모아와 함께 8∼10일 이 사이트 초6 회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였다. ‘초등 6학년이 겨울방학 때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한 1041명의 초6 중 56.2%인 585명이 ‘중학생이 되면 어려워지는 학업’을 꼽았다. 시험을 치르는 과목수가 초등학교 5개에서 중학교 12개로 2배 이상 늘고, 교과내용도 어려워지는데다, 자신의 위치를 콕 짚어주는 등수가 공개되기 때문이다. 수학, 영어를 방학동안 잘 다져놓지 않으면 중학교에 가서 고생한다는 부모와 교사의 말에 두려움마저 생긴다.

중1이 받는 스트레스도 마찬가지. 전교 10등 안에 드는 중1 김모 군(13·서울 송파구)은 중간고사 때 반 1등이더라도 조금만 방심하면 기말고사에서 4, 5등씩 떨어지는 현상을 경험했다. 김 군이 목표로 하는 외국어고 입시에선 중2, 3 내신 성적이 반영되므로 이번 방학을 잘못 보내면 안 된다는 강박이 생겼다. 김 군은 현재 종합학원 한 곳에 다니고 있지만 방학동안 주말 영어심화반과 사회과목 특강을 들어야할지 어머니와 의논 중이다.

엄마들은
“이제부터 전쟁… 이번 겨울방학이 성패가른다”
배치고사 문제집 사다주고… 유명학원 데려가고…


학부모도 고민이 많다. 방학동안 아이의 목표와 학업수준을 외고, 과학고, 자사고, 자율고 등 어디에 맞출 것인가가 관건. 일부 학부모는 자녀의 학업수준을 진단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설학원의 레벨테스트를 택하기도 한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어학원 관계자는 “방학 전 2, 3주 동안 초6, 중1 1000여 명씩이 테스트를 받으러 온다”고 전했다. 중1 자녀를 둔 학부모 정모 씨(40·서울 노원구)는 “외고 입시가 크게 바뀌고 자율고, 고교선택제가 생기면서 엄마들도 정신이 없다”면서 “불안한 마음에 학원에 더 의존하게 돼 매주 어학원과 전문학원 레벨테스트를 보게 하거나 설명회에 참석한다”고 말했다.

예비 여중생은 친구관계도 스트레스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인 구모 양(11)은 “중학교에 가면 ‘노는 애들 패거리’와 ‘말 없고 조용히 공부만 하는 애들’로 나뉜다고 들었다”면서 “다른 학교에서 모인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야할지 어떤 친구를 사귀어야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또래집단에 예민한 이 시기 학생들은 내년 2월 중학교 배정을 받을 때 친한 친구와 같은 학교에 배정받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이 시기 자녀가 받는 스트레스를 자녀와 함께 극복하면서 다음 학년을 대비하는 방법은 뭘까.

주부 담옥주 씨(43)는 중1인 아들 장지은 군(13·서울 양천구 양서중)과 함께 지난 겨울방학 동안 중1 선행학습을 했다. 수학과 영어에 공을 들였다. 중1 수학 문제집을 사서 하루 두 시간씩 아들과 함께 풀었다. 직접 교재를 보니 외워야할 공식과 초등학교와는 다른 유형의 문제가 엄마의 눈에 들어왔다. 영어도 회화 위주였던 초등학교와 달리 중학교에선 단어와 문법, 교과서 지문을 철저히 암기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담 씨는 “자녀를 그냥 학원에 맡기기 전에 엄마도 함께 중학교 교과서를 훑어보고 아이의 수준에 맞는 방학계획을 세워야한다”고 말했다.

중학교 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초6 학생에게는 실제 중학교 생활의 좋은 점에 대해 설명해주면 좋다. 예를 들어 “중학교 때부터는 과목별 교사가 생기기 때문에 좋아하는 과목의 선생님이 생길 수 있다”거나 “선택할 수 있는 특별활동이 초등학교 때보다 많아지고 학생이 주도할 수 있는 동아리가 생기기 때문에 원하는 취미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식이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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