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고교별 지원 학생수도 모르는데 경쟁이 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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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교선택 결과
2013년까지 공개 않기로
“도입취지 퇴색” 논란

처음으로 고교선택제를 도입한 서울시내 후기 일반계 고교 원서접수가 17일 끝났다. 하지만 학생들의 고교 선택 결과는 2013년까지 공개하지 않는다. 일선 학교도 자기 학교 선호도가 다른 학교에 비해 높은지 낮은지 알 수 없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그렇다.

서울시교육청은 18일 후기 일반계고 접수 마감 결과, 9만500명 모집에 9만1283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올해 처음 도입된 자율형공립고 7곳(구현고 당곡고 도봉고 등촌고 성동고 수락고 원묵고)은 모집정원 2130명에 6190명이 지원해 2.9 대 1을 기록했다. 하지만 학부모의 주된 관심사인 지역별, 학교별 지원 현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학교별 지원 현황 결과는 자료를 취합한 뒤 오류 수정 과정을 거쳐 내년 1월 중순경 발표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그때가 돼도 지원율 상위 하위 10개교의 경쟁률과 지역별 최고, 최하위 학교의 경쟁률만 공개한다. 학교명은 공개하지 않는다. 사실상 지난달 모의지원 결과 발표 때와 차이가 없다.

시교육청은 제도를 도입하기로 할 때부터 ‘2013년까지는 학교별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혔다고 거듭 강조했다. 제도가 정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률부터 공개하면 ‘비선호학교’로 낙인찍히는 학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1, 2차 지원에서 미달된 학교에만 해당 학교 지원율을 알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지원율 1 대 1을 넘는 학교는 같은 지역의 다른 학교와 선호도 격차를 알 수 없게 된다. 일각에서는 고교선택제 도입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교선택제에는 학생의 선택권을 넓혀준다는 것 외에도 선호도가 낮은 학교를 지원해주고 학교 간 경쟁을 통해 스스로 개선책을 찾도록 한다는 취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상임대표는 “공교육에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고교선택제가 교육청의 지나친 정보 비공개로 원래 의미를 잃고 있다”며 “정책 공급자 관점이 아니라 수용자 관점에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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