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꿈과 고민을 술술 책 쓰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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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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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교육청 이걸우 교육감 권한대행(오른쪽) 등 관계자들이 ‘대구 학생 저자 3981명의 책 잔치’에 전시된 다양한 저술활동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대구시교육청
대구시교육청 이걸우 교육감 권한대행(오른쪽) 등 관계자들이 ‘대구 학생 저자 3981명의 책 잔치’에 전시된 다양한 저술활동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대구시교육청
‘13+1’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대구 만인사, 2009년 6월 15일 초판 1쇄, 국립중앙도서관 소장’이라는 출판 정보가 나온다. 대구 경명여고 3학년생 13명이 ‘저술’하고 국어선생님이 편집한 책의 제목이다. 책 제목 위에는 ‘책 쓰기 프로젝트1’이라는 문패가 붙어 있다.

271쪽 분량으로 제법 두툼하지만 18세 소녀 13명이 각자 자신의 꿈을 그렸거나 생활 주변을 돌아보는 내용이어서 마치 여고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다. ‘어느 몽상가’(서윤정)를 비롯해 ‘천재 귀염둥이의 세계’(장보영), ‘자유연상접속장치’(권진욱), ‘나비의 날갯짓’(진유정), ‘들어가도 될까요?’(조민정), ‘우주를 보는 소경’(강윤희), ‘기억의 편린’(김효진)…. 초중학교 때 쓴 일기며 문학노트, 부모님 사진, 수업시간에 발표한 내용, 독후감,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 내용 등이 그대로 책이 됐다.

만화에 소질이 있는 최태영 양은 ‘사실은 난 살고 싶었어요’라는 제목으로 청소년 자살 문제를 다룬 만화를 그렸다. 20여 쪽의 만화를 통해 청소년의 고민을 꽤 깊이 있게 들여다봤다. “나는 인간의 괴로움을 사랑한다.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수백만 명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9, 10일 대구 달서구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는 ‘대구 학생 저자 3981명의 책 잔치’라는 행사가 열렸다. 경명여고 학생들처럼 책 쓰기 동아리 학생들이 선생님과 부모님 등 13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무슨 책을 쓰고 있는지 보여주는 자리였다. ‘13+1’처럼 정식으로 출판된 경우는 아니지만 출판을 생각하면서 저술 중인 예비 책 700여 권도 선보였다. ‘개미작가반’(동부초교), ‘네잎클로버’(중앙초교), ‘매곡글나래’(매곡초교), ‘북소리’(매호초교), ‘책봉오리’(운암중), ‘책굽는집’(서재중), ‘생각씨앗’(학남중), ‘책으로 담아내는 세상’(송현여고), ‘일취월장’(시지고), ‘지성인으로 가는 길’(청구고) 등 대구지역 초중고교의 100개 동아리 학생들이 이미 ‘저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학생들의 책 쓰기는 반짝 이벤트가 아니다. 2006년부터 시작한 ‘아침독서 10분 운동’이 ‘삶 쓰기 100자 운동’으로, 나아가 ‘학생 저자 10만 양성’으로 점차 뿌리 내리고 있는 것이다. ‘13+1’을 펴낸 경명여고 한준희 국어교사(46)는 “누구나 자신의 삶이 바로 드라마이고 뮤지컬”이라며 “스스로 바깥과 연결하면서 서로 다름을 건너려는 마음가짐이 자신의 스토리이자 창조”라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23일 동안 서울, 부산, 울산, 제주 등 전국 7개 지역 교사 540여 명에게 학생 글쓰기 프로그램에 대한 연수를 했다. ‘아침독서 10분 운동’을 구상한 대구시교육청 한원경 장학관은 “책 읽기와 책 쓰기가 한몸처럼 이어질 때 대구교육의 힘도 솟아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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