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이성호/“오로지 스펙” 취업에 목맨 동아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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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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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처음 입학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미식축구라는 운동을 시작했다. 나는 물론이고 팀의 구성원에는 체육 특기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시간 나면 운동하는 동아리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2년이 지난 지금, 고려대 미식축구부에 대한 내 인식은 많이 변했다. 여느 동아리보다 훨씬 체계적인 1년 계획표를 만들었고, 가을 시즌을 위한 고된 훈련을 소화하며, 뚜렷한 목표를 갖고 움직이는 이익집단과 비슷한 형식을 가진 단체라는 점이다.

미식축구부가 다른 이익집단과 다른 점은 경제적 사회적 영리를 추구하는 집단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선수 모두 이 스포츠에 매력을 느끼고 좋아하기 때문에 같이 모여서 운동을 하고 경기를 할 뿐이다. 모두 학점 관리에 바쁘다. 훈련이 끝나면 졸업에 필요한 영어 점수나 한자 등급을 얻기 위해 삼삼오오 도서관으로 향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졸업 후의 취업 분야도 체육계열과는 무관하다. 졸업생 대부분이 다양한 사회적 위치에서 다양한 직업을 갖고 살아간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순수하게 자신이 원하는 일을 대학에 들어와서 시간을 투자해서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동아리의 입지가 점점 좁아진다. 취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3, 4학년은 물론이고 신입생조차 입학과 동시에 취업 걱정을 먼저 하는 현실이다. 요즘 인기가 많은 동아리는 취업 때 유리하게 작용할 스펙을 쌓도록 도와주는 동아리다. 자발적 지원이 구성원을 충당하는 유일한 방법인 동아리의 특성상 취업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활동을 하는 동아리는 지속적으로 체계적인 활동을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육체적인 부담이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운동 동아리는 더욱 그렇다.

대학가의 이런 현실은 교우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지금 상황에서 대학교 동기나 선후배는 사회적 현실에 대해 토론하고 나아갈 방향을 같이 모색할 동반자라기보다는 그저 같은 해에 입학한 사람, 또는 상대평가에서 경쟁자 이상의 의미를 갖기 힘들다.

점점 치열해지는 사회에서 좁아지는 취업 관문을 통과하고 제 역할을 하는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 학점이나 스펙으로 좀 더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다양하게 경험하기보다 취업이라는 목표 하나만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해야 하는 현실에선, 대학수학능력을 위해 모든 것을 대학 합격 뒤로 미룬 공교육 12년처럼 대학생활 역시 취업이라는 또 다른 수능을 위한 준비 기간이 되는 듯해서 안타깝다.

이성호 고려대 중어중문학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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