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자율고 경쟁률 0.65 대 1∼9 대 1… 옛 명문고 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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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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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전기고교입시 판도

《2010학년도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율고)와 특수목적고(외국어고, 과학고, 국제고)의 원서접수가 3일 마감됐다.

접수 결과 외고의 경쟁률 하락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서울지역 6개 외고의 평균 경쟁률은 3.08 대 1로 지난해 4.29 대 1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서울의 첫 자립형사립고인 하나고가 문을 열고 자율고가 신설되면서 상위권 학생들의 선택 폭이 넓어짐에 따라 외고 선호 현상이 일부 누그러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목고, 자율고, 자립형사립고의 복수지원 금지와 지역제한제, 외고 선발시험 방식의 변화도 경쟁률 하락의 원인으로 보인다.》

‘영어벽’ 낮아진 외고, 듣기 달리는 내신우수자 몰려

서울지역 13개 자율고의 경우 양천, 강남, 서초구 등 이른바 ‘교육특구’에 있는 학교에 지원자가 몰렸다.

2010학년도 특목고와 자율고 지원경쟁률과 전형별 상세경쟁률을 바탕으로 올해 전기 고교입시의 경향을 분석했다.

외고


서울지역 6개 외고 지원자는 지난해 9318명에서 올해 6902명으로 줄었다. 선발시험 방식의 변화는 학교의 전형별 지원 경향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외고들이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높이고 영어듣기를 쉽게 출제하는 한편 교과 관련 지식을 묻는 교과형 면접을 폐지키로 함에 따라, 내신 성적이 지원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됐다. 영어듣기 실력은 부족하지만 내신이 좋은 학생들이 외고에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대원외고 일반전형의 경쟁률은 지난해 2.58 대 1에서 올해 2.64 대 1로 오히려 높아졌다. 대일외고 특별전형 중 성적우수자전형은 무려 1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내신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학생들은 영어우수자전형에 몰렸다. 대원외고 영어우수자전형에는 80명 모집에 593명이 지원해 7.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화외고의 경우는 선발고사성적우수자전형이 포함된 일반전형에 지원자가 몰렸다. 이에 따라 이화외고 일반전형 경쟁률은 5.22 대 1로 전체 평균경쟁률(4.22 대 1)보다 높게 나타났다. 선발고사성적우수자전형은 내신 성적과 관계없이 영어듣기와 구술면접 점수를 합해 우수한 순서대로 선발하는 전형이다.

임성호 하늘교육 기획이사는 “각 외고가 영어듣기와 구술면접의 비중을 줄이고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60%까지 높였다”면서 “영어듣기에 자신 있지만 학교내신이 좋지 않은 해외파 학생들이 외고 지원에 고민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부 상위권 외고 지원자 사이에선 ‘눈치작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지원 전 ‘내신이 우수한 학생들이 하나고에 몰려 상위권 외고의 합격선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 나돌았다. 대원외고의 일반전형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높아진 것은 합격선이 낮아지리라고 예측한 지원자가 대거 몰렸기 때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임 이사는 “한영외고의 일반전형 경쟁률이 지난해 4.26 대 1에서 올해 2.57 대 1로 하락한 것도 상위권 학생들이 대원외고에 몰리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내신이 낮고 영어실력이 좋은 학생들이 예년과 달리 외고 지원을 포기하고 자율고를 선택한 것도 외고 경쟁률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였다면 학교내신이 상위 15∼20%로 낮아도 영어듣기로 만회가 가능했을 지원자도 올해는 외고 합격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자율고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 학교내신이 최상위권인 학생 중 대입에서 자연계열 학과로 진학할 학생도 올해 외고 대신 자율고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자율고

서울지역 자율고의 평균 경쟁률이 2.41 대 1로 나타난 가운데, 양천구의 한가람고의 일반전형 경쟁률이 9.10 대 1로 13개 자율고 중 가장 높았다. 강남구 중동고(5.27 대 1), 강북구 신일고(3.60 대 1)도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신일고는 인근 노원구의 학생들이 대거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자율고 중 유일한 여고인 이화여고의 경쟁률도 높았다. 420명 모집에 1493명이 지원해 4.0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13개 자율고 중 여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자율고는 여고인 이화여고를 포함해 남녀공학인 한가람고, 한대부고, 이대부고 등 4개에 불과해 지원자가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대부고 일반전형의 경우 남학생 지원자는 정원미달이었던 반면 여학생은 2.6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한가람고도 여학생 모집정원(112명)보다 10배가 넘는 1132명이 몰렸다.

임 이사는 “내신 성적이 상위 20%가 되지 않는 학생도 자율고에 원서를 쓴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내신 제한이 낮고 특목고와 비교해 시험의 부담이 없어 일부 상위권 학생들이 자율고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율고 평균 경쟁률은 사교육업계가 예상했던 경쟁률(6 대 1)보다 크게 낮았다. 지원자가 적어 미달인 학교도 있었다. 종로구 동성고 일반전형에는 269명 모집에 176명이 지원해 0.65 대 1을 기록했고 이대부고 남자학급도 0.95 대 1로 나타났다. 마포구 숭문고(1.06 대 1), 구로구 우신고(1.22 대 1)도 미달을 겨우 면했다.

임 이사는 “자율고 중 전통적인 명문고에 꼽히지 않는 고교에 대해 학부모들이 확신을 갖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면서 “내신 50% 이내의 학생이 지원하더라도 추첨으로 최종 선발하기 때문에 떨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도 전체 지원율이 낮게 나타나게 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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