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갱벼’만 왜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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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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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폭락에 농가들 한숨소리 깊은 요즘…

향 좋고 쉽게 부서지는 쌀
곡주 제조용으로 특화 개발
수확하자마자 공장으로

“탈탈탈탈∼.” 충북 충주시 주덕읍 제내리의 들녘이 콤바인(곡식을 수확하는 기계) 소리로 들썩였다. 가을걷이 막바지인 10월 말이지만 여전히 탐스러운 황금물결이 출렁였다. 일반 벼보다 늦되는 만생종인 설갱벼가 누렇게 여물어 있었다.

23일 찾은 이 마을은 추수가 한창이었다. 쌀값 폭락으로 농가의 시름이 깊은 요즘이지만 설갱벼 작목반의 손길은 분주했고, 땀방울이 맺힌 얼굴에는 미소가 어렸다. 이상용 작목반장(51)은 “벼농사는 풍년이면 가격 걱정, 흉년이면 수확량 걱정으로 한숨이 잦을 날이 없는데 설갱벼를 재배하면서부터는 판로와 소득이 안정돼 걱정이 없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이날 수확한 설갱미는 도정작업을 거쳐 전통주 제조업체 국순당에 전량 매수된다. 지난해 40kg 기준으로 5만1000∼5만2000원 하던 추곡수매가가 올해는 4만5000원 이하로 뚝 떨어졌지만, 설갱미는 5만6000원으로 제값을 두둑하게 받게 된다. 설갱벼 작목반의 추수작업에 활기가 도는 이유다.

쌀값이 떨어져 걱정이지만 충북 충주시 주덕읍 제내리 마을은 느긋하다. 기업과의 약속재배로 높은 소득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그래픽 자료 사진은 이 마을 설갱벼 재배 농가가 23일 들녘에서 가을걷이를 하고 있는 모습.
쌀값이 떨어져 걱정이지만 충북 충주시 주덕읍 제내리 마을은 느긋하다. 기업과의 약속재배로 높은 소득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그래픽 자료 사진은 이 마을 설갱벼 재배 농가가 23일 들녘에서 가을걷이를 하고 있는 모습.
제내리의 30개 농가가 설갱벼를 재배한 때는 지난해부터. 국순당은 제내리를 포함해 전국 110여 농가와 ‘약속재배’를 통해 400ha(120만 평) 면적에서 2500t의 설갱미를 수확하고 있다. 국순당의 고봉환 홍보팀장은 “지난해부터 농가에 설갱미 원종을 공급해 그 쌀을 백세주 등 주요 곡주의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며 “기업은 안정적으로 원료를 확보하고, 농가는 고수익을 올릴 수 있어 윈윈”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냉동 볶음밥을 선보인 풀무원도 전북 김제시 농가들로부터 쌀알이 굵고 단단한 신동진쌀 500t을 매년 계약재배로 사들일 계획이다.

쌀뿐만 아니라 매년 출하량이 들쭉날쭉한 감자와 고추 등도 기업과 계약을 해 납품되고 있다. 농심은 스낵 원료로 개발된 가공용 감자를 전국 220여 농가에서 약속재배로 공급받는다. 연간 6000t을 일반 수매가보다 10% 정도 높게 사들인다. CJ제일제당은 고추장 원료인 태양초를 전남 해남군 황산면에서 매년 70∼100t씩 매수한다. 최경영 황산농협 유통센터관리장은 “모종을 할 때 가격을 책정해 변경 없이 판매하기 때문에 농가는 소득 걱정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충주=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설갱벼:


일반 쌀보다 뽀얀 것으로 향이 뛰어나고 미세한 구멍이 많아 쉽게 부서지는 품종. 국순당이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과 곡주 제조용 쌀로 공동 개발했다. 병충해에 약해 손이 많이 가지만 농가의 효자 품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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