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7세 어린이 신종플루 첫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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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19일 03시 00분


“非고위험군 사망 늘수도
증상초기 약 적극투여를”
非고위험군 처방 강제지침 없어
기침 발열 6일 지나서야 투여

건강하던 7세 초등학생 남자 아이가 신종 인플루엔자A(H1N1)에 감염된 뒤 16일 사망하자 보건당국이 초긴장하고 있다. 고위험군이 아닌 건강한 아이가 신종 플루로 사망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지난달 25일 기침과 발열증상을 나타내다 28일엔 폐렴과 폐 안에 공기가 차는 ‘기흉’ 증상까지 보여 병원에 입원했다. 의료진은 사흘 뒤인 1일부터 5일간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했지만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증상이 나타나고 6일이 지나서야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한 것이다. 항바이러스제는 48시간 이내에 투여할 때 효과가 좋다. 아이는 결국 급성호흡부전으로 사망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신종 플루 치료 지침에 따르면 고위험군이 아니면 확진판정을 받더라도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하지 않아도 된다. 의사는 증상이 심하다고 판단할 때 비로소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하며 그렇지 않으면 가택 격리로 처치가 끝난다. 숨진 아이도 고위험군이 아니었기 때문에 항바이러스제 투여가 늦어졌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미 신종 플루 사망자 18명 가운데 3명은 고위험군이 아니었다. 앞으로도 고위험군이 아닌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과장은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환자가 늘어나면서 사망자가 소폭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고위험군이 아닌 집단에서 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성년자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지금까지 86명의 어린이가 신종 플루에 감염돼 사망했다.

그래서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면 즉각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복지부도 의료기관에 적극적인 투여를 권고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사의 판단하에’라는 단서 조항이 남아 있다. 의사가 투약이 필요치 않다고 판단하면 앞으로도 항바이러스제 처방이 소극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복지부 관계자는 “처방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여러 번 말했지만 의사들이 진료비 삭감을 두려워해 소극적으로 처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7세 아이의 사망을 계기로 학교 내 방역과 학생 관찰에 더 많은 신경을 써 줄 것을 일선 학교에 주문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신종 플루 확산이 ‘심각단계’에 들어서지 않은 이상 휴업이나 등교중지 조치 등의 대책은 지나치다”며 “지금 가동 중인 매뉴얼로도 학생 피해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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