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초등생때부터 입학사정관제 준비하기

  • 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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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부모들에게는 입학사정관제가 관심사다. ‘성적이 모자라도 열정과 잠재력만 있으면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다’니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특수목적고나 자율형 사립고도 입학전형관제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이런 학부모들을 위해 자녀의 ‘스펙(교과, 비교과 경력)’을 관리해주는 컨설팅업체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고등학생 때는 시간이 없으니 초·중학생 때 일찌감치 ‘스펙’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정에서도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할 수 있다. 자녀가 초중학생일 때 일찌감치 진로적성을 발견하고 그에 맞는 경험을 꾸준히 쌓아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게 하는 것이다. 나영수 엘림에듀 교육이사는 “입학사정관제는 창의적인 문제해결력과 자기주도 학습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라며 “많이 경험하고 많이 기록할수록 입학사정관 전형에 합격할 확률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면접관 감동시킬 나만의 포트폴리오 ‘10년 전략’이 필요하다

○나만의 테마 정해 일관성 있는 경험을 쌓아라

미국은 입학사정관 전형이 보편화된 곳이다. 올해 한국외국어대부속외고를 졸업하고 서울대를 비롯해 미국의 하버드대, 예일대, 다트머스대와 영국의 옥스퍼드대 등에 동시 합격한 김푸른샘 씨(19·여)도 SAT(미국의 대학입학 자격시험) 만점에 다양한 비교과활동을 더해 성공한 사례. 중학교 교사인 김 씨의 어머니 정미영 씨는 최근 자녀교육 노하우를 엮어 ‘20년의 엄마 여행’이라는 책을 펴냈다.

정 씨는 “아들, 딸이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문제집 한 번 안 풀고 후회 없이 놀게 했다”고 말했다. 평일에는 퍼즐놀이, 스티커 놀이를 하며 한글을 가르치거나, 레고로 창의성을 키워주거나, 자투리 헝겊을 모아 바느질을 하며 집중력, 끈기, 섬세함을 길러줬다. 책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월급의 10% 이상을 책을 사주는 데 썼고, 추운 겨울이면 집안에서 딱지치기, 땅따먹기, 공기놀이, 제기차기, 윷놀이 등 전통놀이에 몰두했다. 주말이면 대학로 소극장, 영화관, 박물관, 미술관, 주말농장 등을 찾아 아이들과 마음껏 놀았다.

정 씨는 “아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을 때까지 ‘가지치기’를 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 믿는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까지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다양하게 경험시키며 자질이 있는지 지켜봤고 중학교 때부터는 서서히 경험의 폭을 좁혀줬다. 딸이 아직 어릴 때 논밭 위에 만들어진 재래식 아이스링크에 스케이트를 타러 간 적이 있었다. 바람이 쌩쌩 불어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추운 날이었지만 신이 난 딸은 트랙을 60바퀴나 돌았다. 덩달아 마음이 들뜬 정 씨는 코치에게 “푸른샘을 스케이트 선수로 키워야 할까요?”라고 물었다. 코치의 대답은 냉정했다. “스케이트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체격이 작아서 선수가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 정 씨는 이날부터 스케이트 타는 횟수를 줄여나갔다. “만약 스케이트를 계속 했다고 해도 김연아처럼 뛰어난 선수는 될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딸의 경우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글쓰기였다. 다섯 살 때 이미 동화를 썼고 감성적인 글을 곧잘 썼다. 글 쓰는 감각이 남다르다 싶어서 영어를 가르치자 영어도 곧잘 따라했다. 언어적 감각이 뛰어났던 것이다. 딸이 “외국에 가서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선뜻 보내준 것도 그 언어적 재능을 더 키워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김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영국에 가서 중학교 2학년 때 한국으로 돌아왔다. 정 씨는 딸을 외국어고에 보내 좋아하는 영어를 마음껏 더 배우게 했다.

고등학생이 된 딸은 스스로 인터넷을 뒤지고 발로 뛰며 관심 있는 분야의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특히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스스로 장애인 공공시설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서울지하철 오목교역에 장애인용 여성 화장실을 설치하고, 신정네거리역에 장애인 리프트를 설치하기까지 꼬박 1년 반에서 3년이 걸렸다. 그동안 김 씨는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 등 관련기관에 끈질기게 e메일을 보냈다.

사실 딸에게 봉사활동을 처음 권유한 건 정 씨였다. 자신이 봉사활동을 하던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공부방에 중학교 2학년이던 딸을 강사로 ‘초빙’했던 것. 봉사활동에 금방 빠져드는 딸을 보고 봉사활동이나 인권에 관한 책을 계속 읽힌 것도 정 씨였다. 나중에는 엄마와 딸이 서로에게 좋은 책을 권해줄 정도가 됐다.

정 씨는 “입학사정관 전형을 위한 비교과활동에는 나만의 색깔, 나만의 테마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딸의 테마는 ‘인권’이었다. 인권이라는 테마에 맞춰 다양한 경험을 쌓은 덕분에 대한민국인재상,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상,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논문 우수상, 서울시자원봉사대축제 서울시장상 등 수상경력을 갖추게 됐다.

이런 경험들이 담긴 에세이는 미국의 입학사정관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하버드대 입학사정관은 합격증에 ‘당신은 매우 인상적인 사람입니다. 하루 빨리 당신을 만나보고 싶군요(You are one very impressive young lady, and I can't wait to meet you!)’라는 코멘트를 적었다. 현재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김 씨는 졸업 후 대학원에서 인권학을 배우거나 로스쿨에 진학할 꿈을 갖고 있다.

○ 입학사정관을 감동시킬 비장의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라

입학사정관 전형을 위한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치러내려면 평소 자녀가 경험한 것들을 부지런히 기록으로 남겨둬야 한다.

부부가 함께 ‘입학사정관제 시대, 초등 글쓰기가 정답이다’라는 책을 쓴 신진상, 최양희 씨는 “자녀가 쓴 일기를 초등학교 때부터 해마다 차곡차곡 모아두고 거기서만 내용을 추려내도 충분히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체험학습 보고서도 입학사정관 전형에 서류로 제출하기에 좋은 자료다. 두 사람은 현재 중학교 3학년인 외동딸과 재작년까지 부지런히 체험학습을 다니며 체험학습 보고서를 썼다. 예를 들어 경주 불국사로 여행을 간다면 가기 전에 딸과 함께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여행의 주제, 장소, 의미 등을 찾아 기록하고 우리나라의 절에 대해 쉽게 풀어 쓴 초등학생용 책을 읽었다. 체험학습 현장에서는 반드시 팸플릿을 챙겨뒀다가 돌아와서 체험학습 보고서에 오려 붙이고 느낀 점을 썼다.

부부는 자녀와 신문활용교육(NIE)을 꾸준히 할 것을 권했다. 신문에는 사회 전 분야, 각계각층 사람들의 소식이 실려 있으니 그 중 자녀가 관심 있어 하는 주제의 기사만 스크랩하면 된다. 예를 들어 경영학과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리더십’을 키워드로 잡고 국내외 최고경영자(CEO) 인터뷰를 모아 노트에 오려붙이고 짧은 코멘트를 써본다. 이렇게 몇 년 동안만 신문기사를 모아두면 입학사정관을 감동시킬 만한 훌륭한 포트폴리오가 된다.

독서이력철도 써볼 만하다. 한우리독서논술연구소의 오용순 선임연구원은 “서울대 등 대학들의 입학사정관 전형 자기소개서에는 자신이 인상 깊게 읽은 책과 이유를 쓰라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고, 학생부에도 독서활동상황란이 있어 평소 개인적으로 독서활동을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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