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버스 내린 여성 밤 귀가 걱정 마세요”

  • 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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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밤 11시 이후 주택가 근처에 ‘안심 정류소’ 12곳 설치

서울 종로구 청운동 경기상고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그동안 밤에 버스를 이용하기가 불안했다. 1711번, 7016번, 7018번 등 3개 지선 버스가 ‘경기상고앞’ 정류소에 승객을 내려주고 있지만 정작 경기상고와는 200m 정도 떨어져 있다. 특히 여성들은 버스에서 내린 뒤 집까지 어둡고 인적이 드문 밤길을 마음 졸이며 걸어가야 한다. 다음 정류소인 자하문터널입구 정류소에 내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15일부터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오후 11시 이후에는 주택가와 가까운 경기상고 정문 바로 앞에 추가 설치된 정류소에 버스가 서기 때문이다.

○ ‘여성 안심 귀가 정류소’

서울시는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들을 위해 지정된 정류소 외에도 ‘여성안심귀가 정류소’를 주택가 인근에 추가로 설치해 운영한다고 14일 밝혔다. 서울시는 우선 자치구와 버스회사들이 신청한 12곳을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15일부터 운영되는 이들 정류소는 종로, 도봉, 양천, 동작구 등에 있으며 603번, 1711번 등 총 16개 노선버스가 정차한다. 예를 들어 지하철1호선 방학역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1127번 버스를 타면 그동안 도봉구청 신청사 정류소나 방학1동 삼성아파트 정류소에 내려야 했지만 앞으로는 중간에 새로 설치되는 롯데마트 도봉점 정류소에서도 내릴 수 있다. 주변 주택가와 가깝게 배치된 이들 정류소는 오후 11시 이후부터만 이용이 가능하며 미리 운전사에게 세워달라고 말을 하면 내릴 수 있다. 여성과 노인, 아동 등 노약자들이 이용 가능하며 남성들도 요청하면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내 버스정류소는 250∼500m 간격으로 설치돼 있지만 정류소 간 간격이 먼 지역이나 가로등이 부족하고 외진 주택가는 안전에 취약해 정류소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서울시는 해당 노선버스 안에 안내도를 설치하고, 정류소 지점에는 ‘여성안심귀가 정류소’ 표지판을 설치해 이용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범 운영 기간에 반응이 좋으면 배차 간격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운영 지역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임신부 배려석’도 설치

임신부들이 편리하게 버스를 이용하도록 지원하기 위한 방안도 나왔다. 서울시는 15일부터 버스 좌석 가운데 1석을 ‘임신부 배려석’으로 지정하고, 의자 색을 분홍색으로 통일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미 13개 노선에서 348대가 운영 중이지만 모든 시내버스에 임신부 좌석을 설치하고, 반응을 지켜보며 대당 2, 3석까지 늘릴 계획이다.

서울시는 버스가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에 취약하다는 지적에 따른 대응책도 내놨다. 현재 서울시내에서 운행 중인 시내버스, 마을버스, 공항버스 등 1만2000여 대 버스 가운데 4855대만 소독을 하고 있어 ‘버스 내 감염’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서울시는 이달 말까지 소독 약품을 일괄 구입해 버스 회사들에 지급하고, 모든 서울시내버스를 하루 4, 5차례씩 소독할 계획이다. 의자, 손잡이 등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는 곳뿐만 아니라 버스 실내 전체를 소독해 신종 플루 감염을 예방하기로 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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