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백발 학생’ 꽉 찬 강의실

  • 입력 2009년 9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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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시와 성균관대 주최로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다산경제관에서 열린 평생교육프로그램 ‘인문학 명품강좌-조선의 선비를 만나다’를 수강하러 온 시민들이 내용을 받아 적으며 강의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성균관대
4일 서울시와 성균관대 주최로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다산경제관에서 열린 평생교육프로그램 ‘인문학 명품강좌-조선의 선비를 만나다’를 수강하러 온 시민들이 내용을 받아 적으며 강의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성균관대
서울시-성대 공동추진 인문학 명품강좌 성황
“조선 선비정신 배워야”

2학기 개강으로 한창 북적이던 이달 4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캠퍼스. 미니스커트, 스키니진으로 한껏 멋을 낸 여학생들 사이로 중절모를 쓴 백발 신사 등 ‘시니어 학생’ 무리가 지나갔다. 이들이 향한 곳은 다산경제관 2층 원격화상강의실.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고 조교는 마이크 상태를 점검하는 등 수강생들의 ‘외모’만 빼면 여느 강의실과 다를 바 없었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돋보기를 쓴 학생 200여 명은 앞자리부터 빼곡히 앉아 교재와 필기도구를 꺼낸 채 수업이 시작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서울시와 성균관대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선보이는 평생교육프로그램 ‘인문학 명품강좌: 조선의 선비를 만나다’의 수강생들. 지난달 14일 개강 이후 매주 금요일마다 조선을 대표하는 선비 정신에 대한 수업이 진행 중이다.

○ 조선 선비 정신을 배우자

“회재 이언적 선생은 도덕 수양을 통해 사회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그의 철학은 당시 점점 늘어나는 사회 모순을 바로잡을 대안이 되기엔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한계가 있었죠.”

이날 강의는 김교빈 호서대 철학과 교수가 맡았다. 강의는 그를 비롯해 이현구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부원장, 유승국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명예교수 등 박사 학위 이상의 현직 교수 8명이 바쁜 시간을 쪼개 진행한다. 조선 철학을 전공한 사람들도 굳이 강의를 찾아오는 이유다. 수업 수강생인 심성구 파주문화원 부원장(73)은 “오륜정신이나 유학정신은 요즘같이 삭막한 시대에 꼭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라며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으로 수업을 듣는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올해 처음 시도한 시민 대상 평생교육프로그램은 서울 600년 역사를 분야별로 재조명해 서울의 정체성을 함양하는 것이 목표. 성균관대 외에도 현재 서울교대와 덕성여대 등에서 10여 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11일엔 서울대에서 ‘규장각 금요시민강좌: 조선시대 여성들의 삶과 문화’가 새로 막을 연다. 남승희 서울시 교육기획관은 “올해 첫 사업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앞으로 질 높고 차별화된 ‘서울형 평생교육프로그램’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 다시 부는 ‘세종리더십 바람’

지난달 31일 오후 7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아카데미 강의실 60개 좌석도 모두 들어찼다. 올 12월 14일까지 매주 월요일 열리는 ‘세종실록학교’의 첫 강의 시간이었다.

이 강좌에는 이청승 세종문화회관 사장과 손욱 농심 회장, 박현모 세종국가연구소 연구실장 등 쟁쟁한 강사들이 대거 나서 세종대왕의 리더십에 대해 소개한다. 수강생들은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과 강태영 포스코경영연구소 상무이사, 이경열 중소기업연수원장 등 사회지도층 인사부터 대학생과 일반 시민 등 다양하게 구성됐다. 60명의 모집 인원이 일찌감치 마감되면서 다음 학기 수강까지 예약이 들어와 있는 상태다.

이날 강사로 나선 이청승 사장은 “세종의 인본 중심 사상을 지금 현실에 어떻게 접목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며 한글날인 다음 달 9일 광화문광장에 들어설 ‘세종이야기’에 대해 소개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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