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협상, 강경파에 발목잡혀 진통

  • 입력 2009년 8월 1일 02시 58분


31일 오후 쌍용자동차 노조 간부들이 노사 교섭 장소인 평택공장 내 컨테이너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쌍용차 노사는 전날 오전 9시 10분부터 네 차례 정회를 거쳐 이날 오후 7시 반 경 5차 협상을 재개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평택=연합뉴스
31일 오후 쌍용자동차 노조 간부들이 노사 교섭 장소인 평택공장 내 컨테이너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쌍용차 노사는 전날 오전 9시 10분부터 네 차례 정회를 거쳐 이날 오후 7시 반 경 5차 협상을 재개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평택=연합뉴스
■ 어제 5차협상 재개

“더 얻어내라” “너무 봐준다”
노사 모두 강경요구 쏟아내
정리해고-무급순환휴직 등
핵심쟁점 팽팽히 맞서

쌍용자동차 노사가 31일 정리해고 인원 등 핵심 쟁점 등을 놓고 이틀째 교섭을 벌였지만 오후 11시 반 현재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달 30일 오전 9시 10분부터 4차례 정회를 거쳐 이날 오후 7시 반부터 5차 협상을 시작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31일이 쌍용차 노조 창립 22주년 기념일인 만큼 극적인 타결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지만 노사 간 의견 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협상 직전 4일간의 막후 물밑교섭을 통해 어느 정도 의견접근을 이뤘던 노사가 실제 교섭에서 진통을 겪는 속사정은 무엇일까?

○ 노사 양측의 강경파가 원인

노사는 박영태 법정관리인과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을 대표로 하는 본협의와 실무문제를 협상하는 실무자협의를 동시에 진행했다. 속도를 내기 위해서였다. 31일 오전 6시 55분에 정회할 때까지 양측은 4차례 만났다. 이날 오전 노사 양측은 각각 브리핑을 통해 “핵심 쟁점사항에 진전이 없다”고 밝혔지만 양측은 어느 정도 타협을 통해 결과물(절충안)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4차 회담이 끝난 뒤 노조 협상단은 “시간을 달라”고 사측에 요구했다. 노조 대의원 대회를 열어 절충안에 대한 사실상의 비준을 받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2시간에 걸친 노조 대의원 대회에서는 “그만하면 됐다”는 의견과 “아직은 미흡하다. 더 협상하라”는 주문이 쏟아져 나왔다. 대의원들은 “70일간 목숨을 건 파업을 벌였는데, 하루 협상하고 손을 들 수 있느냐”며 “사측으로부터 더 양보를 받아내고 이를 위해 협상을 더 하라”고 협상단에 주문했다. 노조 협상단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사측 임직원들의 분위기도 만만치 않았다. 불법파업 때문에 70일간 생산 활동에 차질을 빚으면서 20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봤는데 너무 봐주는 것 아니냐는 강성 분위기가 확산됐다. 30일과 31일 회담장 안팎에서는 “이번에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도장공장으로 쳐들어가 죽든 살든 결판을 내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사측 협상단이 쉽게 노조에 양보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정리해고 인원과 ‘무급휴직 vs 순환휴직’이 쟁점

노사는 31일 오후 7시 반 실무진 협상에 이어 오후 9시 50분에는 양측 대표까지 참여해 쟁점 사안을 논의했다.

노사 양측의 전언을 종합하면 본협의는 정리해고 인원에 대해 큰 틀에서 원칙적인 의견접근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실무자협의는 구체적인 수치와 핵심 쟁점들을 가지고 사사건건 부닥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쟁점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정리해고 인원. 사측은 정리해고 통보자 976명에 대해 6월 26일 무급휴직 100명, 희망퇴직 450명, 분사영업직 전환 320명, 우선 재고용 100명을 제시했다. 노조는 무급휴직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사실상 정리해고와 다를 게 없다고 맞서고 있다. 사측 방안을 따르면 살아남는 인원이 정리해고 통보자의 10% 수준에 불과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무급휴직과 순환휴직의 개념 차이도 협상 타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노조가 주장하는 순환휴직은 정리해고에서 살아남은 인원을 현재 사측 직원들과 함께 섞어서 전체 직원이 돌아가며 무급으로 쉬자는 주장이다. 반면 사측은 이번에 구제되는 인원만 가지고 무급으로 휴직처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양측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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