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어휘 달리는 영어는 모래 위의 성”

  • 입력 2009년 7월 20일 02시 55분


《“SAT 핵심 정리집, 아이비리그 대학 합격선 정보, 쉽게 구할 수 없는 문제집….

유학을 준비하면서 학원에 가면 얻는 정보들에 대한 유혹이 정말 컸어요. 하지만 혼자 해보기로 결심했죠.”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을 목표로 지난해 1월 첫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을 치른 허민준 씨(19·여·대원외고 졸)는 2000점을 겨우 넘긴 성적에 크게 실망했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최소 2200점을 넘어야 했기 때문이다. 학기 중에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하루 8시간을 SAT 공부에 투자한 허 씨는 6개월 만에 2320점(2400점 만점)을 받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생물학 전공)에 합격했다. 외국에 살았던 경험도 없고, 사교육도 받지 않은 허 씨가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고 SAT 상위 1%에 들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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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토종 영어’로 SAT 상위 1% 2320점… 美 아이비리그 대학 골인

3색 표시 나만의 단어장 만들어 밤낮으로 ‘어휘 정복’
듣기- 말하기까지 일취월장… 원어민 교사 ‘리터니’로 착각
쓰고 또 쓰고… 대입지원 에세이 100번 넘게 수정

○ 손수 만든 단어카드와 단어사전

“어릴 때부터 회화보다는 단어, 독해 위주로 영어공부를 시작했어요. 단어를 탄탄히 공부하지 않으면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아요. 그만큼 단어는 중요하죠.”

초등 3학년 때 처음 영어를 접했던 허 씨는 영어에 흥미를 갖게 됐다. 파닉스를 배우고 나선 손에 잡히는 영어동화책을 모조리 읽기 시작했다.

“읽을 수는 있었지만 단어의 뜻을 몰라 해석이 되지 않아 답답했어요.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앞면에 단어, 뒷면에 뜻을 적은 카드를 만들어 반복해서 외웠죠. 단어 카드를 책장에 나란히 세워 책을 뺄 때마다 보도록 했고, 옷장에 카드를 넣어놓고 옷을 꺼낼 때마다 보며 외웠어요.”

아는 단어가 많아지자 내용을 이해하는 범위도 넓어졌다. 초등 고학년 때는 ‘신데렐라’, ‘인어공주’, ‘알라딘’ 같은 쉬운 영어동화부터 ‘찰리와 초콜릿 공장’ 같은 영어소설까지 무리 없이 읽었다.

SAT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수를 받은 뒤에도 허 씨가 가장 주력한 부분은 단어였다. 통학하는 스쿨버스 안, 아침 자습시간, 쉬는 시간, 점심·저녁 식사시간 등 자투리 시간은 단어를 외우는 데 모두 쏟았다. 단어를 외우다 불을 켜고 잠들기 일쑤였다.

단어를 정복하기 위해 허 씨는 ‘나만의 영어사전’을 만들었다. 모르는 단어는 알파벳순으로 적고, 색깔 펜으로 눈에 띄게 표시했다. 예를 들어 △SAT에 나온 문제 중 모르는 단어는 초록색 △소설이나 다른 책에서 나온 모르는 단어는 노랑색 △암기한 단어는 분홍색으로 밑줄을 그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허 씨는 일반 사전이 아닌 이 사전을 먼저 펼쳤다.

“SAT 고득점은 물론 영어공부의 관건은 단어라고 생각해요. 단어를 많이 알수록 빨리 읽고 정확히 이해하거든요.”

○ ‘내가 있는 곳이 미국이다!’

‘토종’인데도 원어민 수준의 영어회화를 구사하는 허 씨. 실력의 비결은 ‘영어로 생활하기’에 있었다.

외고 입시를 준비할 때는 하루 2시간씩 영어듣기를 했다. 테이프를 들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받아쓰고 연습문제를 풀었다. 한 번 공부한 테이프는 식사시간과 자기 전에 계속 틀어놓고 반복해서 들으면서 따라했다. 라디오는 늘 영어채널에 맞춰 머리를 식힐 때마다 들었고, 영화를 볼 때는 주인공인 양 영어대사를 따라하며 연기했다. 허 씨는 “영화와 영어방송을 따라하며 발음을 고치고, 심지어 친구와 통화를 할 때나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도 영어로 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원어민 교사와 대화하며 회화실력을 쌓았다. 회화수업이 끝나면 교사를 찾아 ‘오늘 퀴즈(간단한 시험)에서 내가 틀린 문제가 이해가 잘 안 된다’ ‘에세이를 잘 쓰지 못해 고민이다’ 등 공부와 관련된 고민을 털어놨고, 미국 문화와 미국 학생들의 생활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허 씨는 “자주 원어민과 접하면서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의 표현과 구문을 자연스럽게 익혔다”고 말했다. 처음엔 자신 있게 영어로 말할 수 없어 늘 맨 앞자리에 앉아 작은 목소리로 질문했지만 원어민 교사도 ‘리터니(Returnee·해외거주 경험이 있는 귀국 학생)’라고 착각할 만큼 허 씨의 회화실력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

○ 혼자 힘으로 아이비리그 대학 문 열다

“솔직히 말해 유학원과 학원의 도움 없이 저 혼자 자료를 찾는 일은 쉽지가 않았어요. 고3 초에 본 SAT 점수가 낮았을 땐 부모님께서도 불안하신지 ‘학원에 가보라’고 하시더군요. 전 혼자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아이비리그 합격을 위해 SAT 점수를 올리는 것이 관건이었던 허 씨는 일단 자신의 SAT 결과를 문제점 위주로 분석했다.

독해, 작문, 수학으로 구성된 SATⅠ에서 수학이 790점(800점 만점)이었던데 비해 독해와 작문이 각각 640점이었던 허 씨는 시중에 나온 거의 모든 문제집을 사서 풀고 채점하고 다시 푸는 과정을 반복했다. 수학과 생물은 생소한 용어에 익숙해지기 위해 처음부터 영어로 된 문제집으로 공부했고, 요약 노트도 영어로 정리했다. 원서에 먼저 익숙해져서인지 전문용어와 맞닥뜨려도 두려움이 없었다.

미국 명문대 입학을 위한 또 하나의 관문인 에세이 쓰기도 허 씨는 혼자 힘으로 해결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일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사 사이트에 들어가 영어로 쓴 기사를 읽으며 어휘와 문장구성 형식을 익혔다. 허 씨는 “신문기사는 문장이 정확하고 세련된 표현이 많아 좋은 문장과 단어를 발견하면 에세이에 적용해봤다”고 말했다. 이렇게 작성한 에세이 초안은 완성할 때까지 100회가 넘는 수정을 거쳤다.

“한국에서 공부해도 영어에 흥미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면 누구나 저처럼 ‘외국에서 살다왔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고 생각해요. 힘들게 공부했지만 제가 원하는 곳에서 공부하게 돼서 감사해요.”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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