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뭇가사리로 ‘종이혁명’ 이끈다

  • 입력 2009년 7월 15일 02시 59분


페가서스 - 충남대팀 36개국 특허받아

우뭇가사리로 종이를 만든다. 벤처기업인 ㈜페가서스인터내셔널은 서영범 충남대 환경임산자원학부 교수팀과 함께 2004년 우뭇가사리에서 섬유질을 뽑아 종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한국, 영국, 독일, 스위스, 프랑스 등 36개국에서 특허를 받았고 미국, 중국 등 8개국에서는 특허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경남 진해시 마천동에 상용화 공장을 짓기 시작했고 내년 1월에는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다. 홍조류로 종이를 만드는 기술은 해외에서 특허를 출원한 사례가 없다. 한국이 우뭇가사리 종이의 원천기술 보유국이다.

○ 우뭇가사리 찌꺼기가 종이의 원료

우뭇가사리는 붉거나 자줏빛을 띤 바닷말(홍조류)로 아이스크림, 잼, 약, 화장품 등에 사용되는 우무(한천)가 들어 있다. 홍조류 종이의 원료는 우무를 추출할 때 남는 찌꺼기(섬유질)인 ‘엔도파이버(endofiber)’다. 엔도파이버를 2차례 표백하면 목재 펄프와 비슷한 홍조류 펄프를 얻을 수 있다. 홍조류 펄프로 종이를 제작하면 고운 섬유질 덕에 종이 표면이 매끄럽게 되고 인쇄도 고르게 잘 된다. 투명하지 않아 사전, 성경 등 얇은 고급종이를 만드는 데 적합하다. 종이를 태워도 유독물질이 적게 발생해 담배종이로 사용하기 좋다. 제작과정에서 약품처리가 적어 식품포장지와 의료용지에도 으뜸이다. 나무에서 펄프를 뽑아내려면 ‘리그닌’이라는 물질을 물리적인 힘과 고열을 가해 빼내야 한다. 홍조류는 리그닌 자체가 없다. 이 때문에 홍조류 펄프는 제조 과정이 목재 펄프 공정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단순하다. 서 교수는 “목재 펄프로 고급 인쇄용지를 만들려면 펄프의 두께를 균일하게 하기 위해서 여러 공정을 거쳐야 한다”며 “홍조류 펄프는 원래 펄프의 두께가 균일하기 때문에 고급 종이를 싸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목재보다 매끄럽고 공정 단순
미용팩 등 고급종이 싸게 생산
내년부터 본격 생산 돌입

○ 우뭇가사리 대량생산은 남은 과제

홍조류 펄프 제조 과정에서 추출된 우무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 각종 식용재료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바이오에탄올, 공업용 전분, 스티로폼 대용 포장재 소재, 식품 포장필름 등의 원료에 들어간다. 홍조류는 몸 전체로 광합성을 해서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육지 식물보다 뛰어나다. 열대우림과 소나무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가 m²당 각각 15∼20t, 8∼12t에 불과하지만 홍조류는 30∼40t에 이른다. 종이 제작을 위해 우뭇가사리를 재배하는 것 자체가 친환경적인 활동이다.

우뭇가사리로 종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뭇가사리가 대량생산돼야 한다. 우뭇가사리의 재배면적이 500ha를 넘어야 우뭇가사리 종이가 목재 종이와 비교해서 시장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국내 연안은 태풍의 피해를 받을 수 있어서 홍조류를 대량생산하기에 좋지 못한 환경이다. 열대바다(북위 15∼남위 15도)에서 홍조류를 연중 양식할 수 있어 대량생산지로 적합하다. ㈜페가서스인터내셔널은 2006년부터 인건비가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인도네시아에서 홍조류 양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학철 ㈜페가서스인터내셔널 사장은 “우뭇가사리 종이는 나무 종이에 비해 제작비가 더 들어가도 제작 과정상 독한 화학약품을 쓰지 않아 담배종이(궐련지), 생리대, 기저귀, 미용팩 등 고급펄프시장에서 시장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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