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빈 동사무소를 주민센터로 개조” 리모델링 붐

  • 입력 2009년 7월 13일 03시 00분


공간을 생활로!

주부 박미연 씨(40·서울 중랑구 중화2동)는 요즘 매일 아침마다 네 살배기 아들의 손에 이끌려 서울 중랑구 어린이 전용 중화문화복지센터를 찾는다. 동(洞) 통폐합 및 기능 개편에 따라 3월 문을 닫은 옛 중화2동사무소를 새롭게 리모델링해 선보인 이곳은 장난감 대여센터와 어린이도서관 등을 갖추고 있다. 특히 지하 1층 장난감 대여센터는 7세 이하 어린이들을 위한 장난감 500여 점을 갖추고 있어 1주일 만에 가입 회원이 118명으로 늘었다. 어린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자동차 장난감은 몇 주씩 기다렸다 빌려 가야 할 정도다.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유치원에 가기 전에 먼저 들러요. 그 덕분에 장난감 사는 데 들던 돈도 많이 아낄 수 있게 됐어요.”

땅값 비싼 서울에선 공간 활용이 힘이자 돈이다. 최근 이처럼 동 통합정책으로 비어버린 옛 동사무소 공간을 주민센터로 바꾸는 자치구가 늘고 있다. 평소 용처가 불분명했던 자투리 공간을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곳도 보인다. 이른바 자치구 ‘공(空)테크’인 셈이다.

○ 버려진 동사무소도 다시 보자

중랑구는 중화문화복지센터 외에도 옛 망우2동사무소는 ‘구립망우청소년독서실’로, 옛 면목8동사무소는 ‘용마문화복지센터’로 각각 부활시켜 활용 중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10개 동을 줄인 성북구 역시 비슷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옛 월곡4동사무소 건물은 영유아를 위한 복지공간 ‘아이조아’로 만들었다. 시간제로 아이를 돌봐주는 ‘도토리 교실’을 비롯해 장난감 대여실과 육아상담실, 실외 놀이터 등을 갖추고 있어 젊은 엄마들 사이에선 떠오르는 ‘핫 스폿(hot spot)’으로 통한다. 옛 동소문동 청사는 이달 2일 ‘해오름 어린이도서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은평구도 14억 원을 들여 옛 응암4동사무소를 ‘응암정보도서관’으로 12일 재개장했다. 160개 열람석과 장서 1만 권을 갖춘 이 도서관에는 최첨단 무선인식전자태그(RFID) 시스템과 상호대차시스템 등도 도입됐다. 회원 카드로 다른 구립 공공도서관인 은평구립도서관과 증산정보도서관에서 연계 사용할 수도 있다.

○ 주민 특성 맞춰 자투리 공간 활용하기

일부 자치구는 평소 잘 쓰지 않던 ‘자투리’ 공간을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관악구는 지난달 말 신림동 고시촌 인근 관악산 자락에 고시생 전용 동네뒷산공원을 만들었다. 30여 년 전 한국전력 사원들을 위한 택지로 개발하기 위해 조성됐던 이 지역은 그간 공원용지로 묶여 있던 탓에 불법 경작 등 훼손 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곳. 관악구 측은 “지역 주민 대다수가 고시생인 것을 배려해 만든 휴식처”라고 말했다.

영등포구는 주택 밀집지역인 신길6동 주민센터 건물 옥상과 대림1동 주민센터 뒤편 공지 등에 건물을 증축해 주민 전용 독서실과 헬스장, 회의실 등을 선보였다. 구 측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신축하는 대신 기존 건물 내 공간을 활용했다”며 “이 같은 방식으로 주민들의 부족한 문화 복지시설을 꾸준히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