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2006년엔 “해고대란 온다”→ 지금은 “대란 없다”

  • 입력 2009년 7월 7일 02시 57분


■ 노동계-정치권 비정규직법 말바꾸기

《“벌써부터 (비정규직보호법 때문에) 대량해고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2007년 1월 11일 성명)

1일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비정규직보호법)’ 적용이 시작된 이후 “우려했던 해고 대란은 없었다”는 노동계와 야권의 주장이 2006년 11월 법 통과, 2007년 7월 법 시행 당시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법으로 인한 대량해고 우려는 당시 노동계와 야권이 먼저 제기했기 때문. 당시 “비정규직 근로자 남용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던 노동부도 지금은 ‘고용 안정’을 이유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2006년 12월 “2년뒤 정규직은 사기극… 주기적 대량해고 불가피”

○2009년 6월 “정규직 전환효과 뚜렷… 총고용은 큰 변동 없어”

“400만 명 해고 위협”

민주노총은 법 통과 한 달여 후인 2007년 1월 11일 성명을 통해 “법이 오히려 계약해지 확산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당시 “비정규직보호법이 7월부터 시행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벌써부터 대량해고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이미 경고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또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이 당시 인터뷰를 통해 ‘일부 언론이나 기업들이 금방 비정규직이 해고되고 양산될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언급한 데 대해 “판단이 너무 안이하다”고 공박했다. 민주노총은 더욱이 “대한상의가 최근 서울 소재 592개사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82.1%가 비정규직을 자르거나 아웃소싱하겠다고 답했다”며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응답은 11%에 불과했다. 400만 명에 달하는 계약직 노동자가 해고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6월 30일 청와대 앞에서 가진 ‘비정규악법 장례식’에서 “3개월, 6개월 계약자가 양산되고 있고 심지어 0개월 계약서마저 등장했다. 무한정 비정규직으로 사람을 바꾸어 쓸 수 있도록 인정해 준 것이 현재의 비정규직보호법”이라고 주장했다. 정규직 전환을 꺼리는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 이를 피해가고 해고자가 발생하는지 당시에도 이미 인정한 셈이다. 민주노총은 이 집회에서 “노동자를 마음대로 썼다가 잘라도 된다고 법적으로 허용해준 비정규직보호법 때문에 수많은 노동자가 피눈물을 흘리며 일터에서 쫓겨나고 용역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규직 전환효과 0.12% 불과”

법 통과 7개월 전인 2006년 4월 4일 민주노총은 당시 민주노동당 단병호 전 의원실 자료를 인용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은 “단 의원실에서 입수한 한국노동연구원의 ‘비정규직보호입법의 시행효과(노동부 용역자료)’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효과는 0.12%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정권이 바뀌고 법 개정 주장이 제기되자 ‘비정규직법 시행 후 정규직 효과 뚜렷’으로 바뀌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말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비정규직법 시행 2년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법 시행 기간인 2007년 7월∼2008년 8월 기간제 노동자가 25만 명 감소했다. 이는 비정규직보호법의 정규직 효과가 뚜렷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부 “1∼3일 1222명 해고”… 예고된 대란 준비 소홀

준비한다면서…

주무부처인 노동부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전신)도 말 바꾸기와 준비 부족에 대한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노동부는 6일 “법 적용 후(1∼3일) 파악된 비정규직 계약해지자는 208개 사업장 1222명”이라며 “5인 이상 사업장이 50만 곳이나 돼 실태를 파악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무부처로서 지난해부터 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정확한 실태조사 준비조차 안한 것은 직무유기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노동부는 2006년 4월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당정협의를 갖고 “법이 성공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공공부문이 모범을 보이기로 했다. 비정규직 종합대책 5개년 계획을 수립·추진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절반 수준(15%)에 머물고 있는 정규직 전환율을 대폭 높이겠다”고 밝혔다. 당시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정규직 전환 지원금 지급 등 적극적인 유도책을 통해 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며 법안 처리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이는 이후 지자체 선거, 이듬해 대선 등을 거치면서 흐지부지됐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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