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저도 이제 ‘우리’가 되고 싶어요”

  • 입력 2009년 6월 26일 07시 00분


달라도 다함께
한국-베트남 대학생 ‘문화교류 포럼’서 솔직한 대화

《“한국에 왔을 때 베트남과의 문화 차이를 많이 느꼈습니다. 그중 ‘우리’라는 말이 참 이상했습니다. ‘우리나라’ ‘우리 가족’ ‘우리 집사람’ 등등. 베트남에서는 ‘제 가족’ ‘제 나라’라고 하거든요. 하지만 한국 생활을 하면서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한국 사람은 애국심과 민족주의가 강하고, 공동체 생활을 중시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우리’에 포함되고 싶고 하나가 되고 싶습니다.”》

“베트남 학생들 명석… 시간개념 더 갖췄으면”

24일 오후 부산대 상남국제회관 2층 효원홀. ‘한-베 대학생 문화교류 포럼’에서 부산외국어대 한국어문학부 호앙티투이띠엔 씨(23·여)는 한국의 ‘우리’ 문화에 대한 장단점을 발표했다. 이 포럼은 부산 지역 대학교수, 변호사, 의사, 사업가 등 160여 명이 2002년 결성한 ‘베트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베사모)’이 주최한 행사. 양국의 젊은이들에게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자는 취지에서였다. 부산에 유학 온 베트남 학생 35명을 비롯해 부산의 6개 대학생 200여 명이 참석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3명의 베트남 학생은 ‘달라도 다 함께’란 다문화의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한국에서 보고 느낀 점을 가감 없이 지적했다.

부산대 한국고전문학 박사과정의 보람수언 씨(33)는 “양국은 옛날부터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데다 유교사상, 농경문화, 중국의 침략 등 역사적 상황이 비슷해 문화와 교육제도, 사고방식에서 유사성이 많다”며 “이를 잘 살려 나가면 양국의 경제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포럼에 참석한 부산외국어대 베트남어과 조교 이아영 씨(23)는 “베트남 학생들은 손재주가 좋고 두뇌회전이 빨라 한국말을 단기간에 배우는 등 장점이 많지만 시간 개념이 희박한 게 흠”이라며 “양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이런 자리가 많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베사모 이상민 회장(부산대 명예교수)은 “양국 부모들의 교육열과 학생들의 향학열은 지구촌에서 단연 으뜸을 다툴 것”이라며 “교육이 곧 그 나라, 그 민족의 장래인 만큼 양국의 미래는 밝다”고 학생들의 용기를 북돋웠다. 베사모 회원인 신라대 정홍섭 총장은 “‘희망의 나라’ 베트남은 잠재력과 능력, 가능성, 부지런함에서 한국과 많이 닮았다”며 “아시아가 세계문화의 중심이 되고, 아시아의 젊은이들이 국제적인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포럼을 지켜본 팜띠엔번 주한 베트남대사는 “한국과 베트남은 포괄적 동반자 관계가 아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협력 파트너로 변했다”며 “민간외교의 선봉에 선 베사모의 열정적인 희생에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베사모는 2004년부터 정기적으로 베트남을 오가며 학술심포지엄과 교류행사, 봉사활동, 불우청소년 무료수술 지원 등으로 민간 차원에서 양국의 친선을 도모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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