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네가 자신 있는 일 하렴!

  • 입력 2009년 6월 9일 02시 54분


넌 뭘 좋아하니?→ 네게 맞는 건 뭘까?→ 네가 자신 있는 일 하렴!

《자녀의 진로계획을 세울 때는 ‘하향식(top-down)’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큰 그림’부터 보고 ‘작은 그림’으로 내려오라는 것이다. ‘직업→대학 및 학과→고등학교’ 순으로 내려와야 장기목표에 맞는 단기목표를 세워서 인생설계를 차근차근 해나갈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직업’을 결정하는 것. 그러려면 적성부터 파악해야 한다. 적성을 알아내는 데는 순서가 있다. 먼저 ‘자녀가 좋아하는 것’(흥미)을 알아보고, 그중 ‘자녀에게 잘 맞는 것’(성격)을 골라, ‘자녀가 잘하는 것’(능력)을 개발해 나가는 것이다.》

3가지 키워드로 자녀적성 찾고, 직업 → 대학·학과 → 고교 순서로 장단기 목표를

[1단계] “넌 뭘 좋아하니?”

국내 초중학생들은 흥미의 범위가 좁은 편이다. 생활반경도 집, 학교, 학원으로 좁고, 몇 개나 되는 사교육을 소화하느라 어른보다 바쁘기 때문이다. 직업에 대한 정보도 주로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얻는다. ‘허준’ ‘대장금’이 방영될 때는 한의사가 인기였고, ‘내 이름은 김삼순’이 방영될 때는 파티시에(제빵사)가 인기였다. 문제는 드라마 속 직업은 현실보다 훨씬 화려하게 포장된다는 것.

한국청소년상담원 조규필 팀장은 “자녀가 어렸을 때 어떤 경험을 시켜주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모의 직업, 자신이 자라난 환경에서 자주 본 직업, 어렸을 때 인상 깊게 경험한 직업, 자기의 종교적 배경과 관련된 직업 등을 아이들은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흥미는 선천적인 영향보다 후천적 영향이 강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 체험학습, 과학·미술·음악 기획전, 국내외 캠프 등 다채로운 경험을 많이 해봐야 한다. 많이 보고, 많이 듣다 보면 스스로 흥미를 찾는다.

와이즈멘토 허진오 팀장은 “자녀로 하여금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낱낱이 적은 ‘흥미 목록’을 만들게 하라”고 조언했다. 좋아하는 과목, 하고 싶은 대학 전공, 선호하는 직업, 존경하는 위인, 취미 등을 자유롭게 적게 한다. 흥미 옆에는 왜 그것을 좋아하는지 이유도 함께 적는다. 똑같이 ‘교사’를 적은 학생이라도 이유가 다를 수 있다. 가르치는 게 좋을 수도 있고, 사람을 대하는 게 좋을 수도 있고, 사람을 돕는 게 좋을 수도 있다. 이렇게 ‘이유’를 적다 보면 공통분모가 보인다. 예를 들어 약사, 국제기구 종사자, 교사를 좋아하는 아이는 ‘사람을 돕는 것이 좋다’는 공통적인 이유를 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람을 돕는 직업 몇 가지를 추천해준다.

[2단계] “너에게 잘 맞는 건 뭘까?”

흥미로 자녀가 좋아할 만한 직업 몇 가지를 알아냈다면, 그 다음엔 성격적으로 자녀에게 잘 맞는 직업 하나를 고른다.

성격은 선천적 영향이 후천적 영향보다 강하다. 타고 나는 측면이 많아 바꾸기가 힘들다는 뜻. 성격에 잘 맞는 일은 먹고, 자고, 생활하는 것처럼 편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반면 성격에 맞지 않으면 본성을 거스르는 일이라 스트레스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성격만은 꼭 검사를 통해 파악하라고 권한다. 심리검사나 적성검사는 개인 성격에 적합한 진로를 추천해준다. 여러 가지 검사가 있지만 MBTI 검사가 가장 일반적.

허 팀장은 “사춘기 때 성격이 크게 변화하고 나면 별로 바뀌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중학교 1, 2학년 때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 등 고등학교 진학 결정을 위해서라도 이때쯤 검사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사를 받을 때는 되도록 전문 업체나 기관을 활용한다(표 참조). 검사 후에 진로지도 전문가에게 개별상담을 받기 위해서다.

커리어넷, 워크넷 등 사이트에 들어가면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직업이 있는지 놀라게 된다. 이런 사이트에는 직업 사전이 있어 업무, 적성, 연봉, 전망 등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신문에 나온 인터뷰를 스크랩해서 자녀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다.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직업과 관련된 책을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표 참조).

어느 정도 성격에 맞는 직업을 추렸다면 최종적으로는 해당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찾아내 자녀가 직접 이야기를 듣고 직업 현장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최선이다. 결국 자녀의 성격을 파악할 때는 자녀의 흥미로 가려낸 몇 가지 직업을 알려주고, 한 직업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알려주면서 종·횡적으로 정보를 줘야 한다.

[3단계] “네가 자신 있는 일을 하렴”

흥미와 성격으로 하고 싶은 직업을 정했다면 그 직업에 필요한 능력을 개발할 ‘적성 로드맵’을 짜야 한다. 능력은 선천적인 영향과 후천적인 영향이 반반이라 노력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의 선천적인 능력을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녀가 어릴수록 후천적인 능력을 개발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허 팀장은 “김연아는 12년 동안 하루 12시간씩 연습을 하고 한 가지 점프를 익히기 위해 3000번 이상 점프를 했다고 한다. 세계 최고는 선천적인 능력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자녀의 능력을 둘러싼 학부모의 대표적 오해를 알아보자.

첫째, 학업능력이 자녀가 가진 능력의 전부인 걸로 생각하는 경우다. 어학능력, 음악·미술·체육 등 실기능력, 사고력, 창의력, 스트레스 인내력, 리더십 등 자녀가 가진 능력의 스펙트럼은 끝이 없다는 것을 학부들은 잘 모른다.

둘째, 자녀가 어렸을 때 잘했던 것을 평생 잊지 못해서 “우리 애가 어렸을 때는…”이라는 말을 달고 사는 경우. 또래보다 말을 빨리 하거나 숫자에 밝은 아이가 언어능력, 수리능력이 뛰어나다고 믿고 남들보다 학업능력이 우수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렸을 때 발달단계에서 남들보다 빨랐던 것일 뿐 커서도 잘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진로가 어느 정도 결정된다. 이때 부모가 할 역할은 자녀의 선택을 지지해주는 일뿐이다. 자녀가 제대로 나아가고 있으면 칭찬을 해주고, 자녀가 나태해지는 듯하면 책임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 목표를 세워야 한다.

조 팀장은 “적성에 맞는다고 해서 모두가 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녀가 좌절할 때마다 지탱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며 “몇만분의 1, 몇 천분의 1 안에 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자녀에게 격려를 아끼지 말아 달라”고 조언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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