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따라 갈래…’ 모방자살 도미노 우려 목소리

  • 입력 2009년 5월 29일 23시 01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 전문의들 사이에서 모방 자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노 전 대통령 장례식날인 29일 인천의 한 여대생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에 따르면 29일 오후 5시 20분경 인천 계양구의 한 아파트에서 여대생 A씨(23)가 자신의 방 문 손잡이에 허리띠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언니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A씨의 컴퓨터는 노 전 대통령 영결식 생중계 사이트에 연결된 채 전원이 켜져 있었으며 A씨의 휴대전화에는 '나 노통 따라갈래'라는 내용의 문자가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특히 유명인들의 자살이 있고 난 후 일반인들 사이에서 숨진 자살자에 대한 동질감과 추종심에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가 늘 있어왔기 때문에 A양과 같은 사건이 앞으로 더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르테르 효과'란 18세기 유럽에서 독일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속 주인공 베르테르를 흉내 낸 모방자살이 횡횡한 데서 나온 이름.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처지에 있던 사람들이 이번 사건으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주변 일에 대한 억울함과 핍박 등이 존재하고 우울증 증상이 있다면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수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교수는 "억울한 일을 당해 정신적, 경제적으로 힘든 처지에 놓여있는 사람들은 이번 사건으로 더 큰 충격에 빠져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신의 죽음이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가지거나 △자살할 의도를 직접적으로 밝히고 △괴로워하고 초조, 불안해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차분해지고 안정되며 △최근 가족, 건강의 상실경험이 있고 △주변, 신변을 이유 없이 정리하거나 △아끼던 물건을 남에게 주는 사람은 특히 주위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 10명 중 8명은 자신의 자살 의도에 대해 주위에 넌지시 알리며 50% 정도는 대 놓고 "죽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므로 이와 같은 사람은 특히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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