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골목엔 뭔가 있다]<25·끝>이태원 앤티크 가구 거리

  • 입력 2009년 5월 25일 03시 05분


서울 이태원에 자리 잡은 ‘이태원 앤티크 가구 거리’에서는 유럽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가구를 만나볼 수 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앤티크 열풍이 불면서 가구를 구입하려는 이들뿐만 아니라 이국적인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람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 김미옥 기자
서울 이태원에 자리 잡은 ‘이태원 앤티크 가구 거리’에서는 유럽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가구를 만나볼 수 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앤티크 열풍이 불면서 가구를 구입하려는 이들뿐만 아니라 이국적인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람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 김미옥 기자
찻잔서 장롱까지 ‘유럽 귀족풍’ 물씬

피부색도, 언어도 다른 사람들이 뒤섞여 있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을 걷다보면 흡사 한국이 아닌 외국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곳곳에 숨겨진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은 이태원에서 유럽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태원 앤티크(antique) 가구 거리’다.

○ 미군들이 가구 내놓으면서 시작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로 나와 보광동 방향으로 100m쯤 걷다 보면 외국 영화에서 소품으로 봤음 직한 가구들을 볼 수 있다. 평화아파트 삼거리를 중심으로 90여 개의 앤티크 가구 상점이 모여 있는 이곳이 바로 ‘이태원 앤티크 가구 거리’다.

본래 ‘앤티크’는 골동품, 고미술품을 뜻하는 단어이지만 통상 이곳에서는 1945년 전에 제작된 가구를 ‘앤티크’로, 그 후에 제작된 가구를 ‘빈티지’로 부른다. 물론 앤티크, 빈티지 외에 17세기 유럽에서 제작된 가구도 찾아볼 수 있다. 가구를 구입하려는 신혼부부, 중년 여성들도 많이 찾지만 이국적인 분위기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고 이곳 상인들은 귀띔했다.

앤티크 가구 거리의 시작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태원 인근 미8군에 근무하던 군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사용하던 가구들을 팔려고 내놓은 것이 앤티크 가구 거리의 시작이라는 게 용산구청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대원앤틱 한상화 사장은 “1970, 80년대에는 앤티크 가구를 찾는 사람들이 부유층밖에 없었다”며 “약 15년 전부터 일반인도 앤티크 가구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제는 가구 거리를 찾는 연령대와 계층도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 작은 소품으로 큰 즐거움을

앤티크 골목에서 판매되는 가구는 모두 외국에서 수입해온 것들이다. 가구 외에도 시계, 찻잔세트, 샹들리에 등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도 구입할 수 있다. ‘로즈마리 앤틱’을 운영하고 있는 최유미 대표는 “이곳 대표들은 보통 1년에 6차례 이상 외국을 방문해 직접 구입해온다”며 “1만 원대 찻잔에서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마호가니 가구까지 종류가 다양하다”고 말했다.

여러 종류의 앤티크 가구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오크(참나무)로 만든 가구류. 최 대표는 “우리의 전통 가구와 느낌이 비슷한 오크가 많이 팔린다”며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1인용 의자의 경우 20만 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20, 30대 사이에서 앤티크 가구가 인기를 끌면서 서랍장, 콘솔 등 부피가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 많이 팔린다.

최 대표는 “10만 원 미만의 간단한 소품을 구입하면서 자신의 취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작은 앤티크 가구 하나만 집에 둬도 앤티크의 매력인 은은한 멋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태원 앤티크 가구 골목이지만 부족한 주차공간은 상인들이 항상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상인연합회 최명권 회장은 “공영주차장이 마련되어 사람들이 여유 있게 앤티크 가구를 둘러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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