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혜원여고 3학년 김보람 양

  • 입력 2009년 5월 19일 02시 55분


“믿을 건 학교뿐… 남보다 ‘몇제곱’ 더 수업에 열중했어요”

《“아버지가 하시던 일이 계속 어려워져 학원수업이나 과외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농담조차 놓치지 않고 꼼꼼히 필기했어요. 학교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에도 열심히 참가했죠.”

서울 혜원여고 3학년 김보람 양(사진)은 ‘스승의 날’에 늘 분주하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마음의 선물일 뿐이지만 선생님들을 찾아가 직접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김 양은 “학교의 지원과 선생님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도중에 공부를 포기하거나 방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1학년 초 전 과목 평균 2∼3등급이던 성적은 현재 모두 1등급 수준이다. 경영 계열학과 진학을 목표로 대학입시 준비에 여념이 없는 김 양을 만났다.》

○ 작곡가에서 경영학도로 방향을 바꾸다

김 양의 원래 꿈은 작곡가였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피아노를 배우면서 음악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피아노 학원이 제2의 집이구나’라는 가족의 핀잔을 들을 정도로 피아노 연주에 빠져 지냈다. 교내 밴드부에서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오디션을 통과해 학교 축제에서 공연을 도맡아 했다.

‘당연히 음대에 가야지’라는 믿음은 고등학교 입학 직전 무너졌다. 단순히 취미가 아니라 피아노를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선 상당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은 고민하는 딸의 모습에 안타까워하며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김 양은 결국 마음을 접었다.

하지만 꿈을 잃었다는 생각에 선뜻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멍하니 TV를 보거나 잠을 자는 무의미한 생활이 이어졌다.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하라’는 부모님의 얘기를 듣고서야 미안한 마음과 함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중학교 시절 성적이 그럭저럭 좋았던 사실을 떠올리며 공부에 승부를 걸기로 결심했다.

“원래 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시험 때만큼은 열심히 공부했어요. 중학교 때 성적은 전체 350명 중에서 30등 정도였죠. 하지만 벼락치기를 하다 보니 시험 당일 컨디션에 따라 성적이 들쑥날쑥했고, 잘 못하는 과목은 성적이 늘 제자리였어요.”

벼락치기 공부의 부작용일까. 고등학교 1학년 3월 학력평가에서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점수를 받았다. 심지어 영어, 수학 성적은 5등급 정도. 마음을 다잡고 중간고사 준비는 4주 전부터 시작했다. 성적은 전체 470명 중 70여 등이었으나 수학과목에서 3등급을 받았다.

“반에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있었는데 닮고 싶은 점을 많이 갖추고 있었죠. 함께 공부하다 보니 ‘나도 좋은 점수를 받고 싶다’는 목표가 자연스레 생겼어요. 공부를 제일 잘하는 친구였거든요.”

○ 학원, 과외 대신 난 학교를 택했다!

‘수업시간에 충실할 것.’ 공부를 시작하면서 김 양이 정한 첫 번째 원칙이다. 특히 학원수업이나 개인과외를 받을 수 없었기에 친구들보다 수업을 몇 배나 열심히 들었다. 부족한 부분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보충수업,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등으로 채워갔다.

두 번째로 김 양은 수학과목의 공부 비중을 확대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리영역의 난도가 점차 높아져 당락을 결정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매일 3시간씩 꾸준히 수학공부에 투자했고, 주요과목 위주로 시간을 나눠 예·복습을 병행했다. 시험을 볼 때마다 수학성적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해 자신감이 생겼다. 2학년 때는 1, 2학기 교내 수학경시대회에서 모두 1등을 차지했다.

고1 때 영어성적, 고2 때 국어성적이 향상된 데는 ‘교사 멘터링’ 제도의 영향이 컸다. 성적이 부족한 교과와 지도교사를 연결시켜 학생의 실력 향상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학교 프로그램이었다. 김 양은 영어, 국어과목을 택했다. 담당선생님들은 교재를 함께 선정한 뒤 계획서에 맞추어 진도를 나가도록 지도했다. 매주 1∼2회 일대일 또는 그룹별 강의를 통해 잘 모르거나 궁금한 점을 해소했다. 김 양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졸업생 멘터링’ 제도의 효과도 톡톡히 봤다. 졸업생 멘터링은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이 국어, 영어, 수학 교과 중 취약한 한 과목을 선택해 졸업생으로부터 개인수업을 받는 프로그램.

“저는 이화여대 법학과 선배로부터 영어과목을 매주 2회 배웠어요. 영어공부 노하우뿐 아니라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도 꼼꼼히 설명해줬어요. 함께 대학 교정을 거닐고 다양한 대학생활 얘기를 접하면서 대학 진학에 대한 강한 의지가 생겼죠.”

○ 규칙적인 생활태도는 공부의 기본

지난해 9월 초, 서울시내 일반계 고등학교 가운데 최초로 기숙사가 지어져 학교 안팎으로 떠들썩했다. 김 양은 기숙사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신청 여부를 놓고 고민했다. 하지만 가까운 친구들이 하나 둘씩 지원한다는 사실에 김 양도 신청했다.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김 양의 생활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불규칙한 생활습관이 하나씩 고쳐지면서 좋은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다. 등교 준비로 허둥대느라 아침을 거르기 일쑤였는데 그런 일이 없어졌다. 아침식사를 마치고도 독서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책 읽는 횟수도 늘어났다. 반면, TV를 본다거나 컴퓨터를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줄어들었다.

기숙사 안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친구들은 강한 자극제 역할을 했다. ‘옆자리 친구보다는 늦게 자야지’ 하며 서로 신경전(?)을 벌인 탓에 새벽까지 공부하는 날도 많았다. 모르는 내용을 친구에게 바로 질문할 수 있다는 점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 덕분에 2학년 2학기 기말고사에서는 거의 전 과목에서 1등급을 받았다. 학력평가와 모의고사 성적도 전 과목 1∼2등급으로 향상됐다.

겨울방학에는 온전히 학업에만 열중해 학습량을 상당히 늘릴 수 있었다. 보충수업이 끝난 오후 2시부터 매일 오후 10시까지 학습계획표에 맞춰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부했다. 계획한 학습량을 다 마치지 못하면 기숙사에서 새벽 2시까지 공부를 이어갔다.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졸업생 멘터링에 참여해 제가 받은 혜택을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되돌려줄 생각이에요.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꿈이 있다면 기회는 찾아온다고 생각해요.”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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