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 필요없다… 언제나 노짱편” 노사모 현상 왜

  • 입력 2009년 5월 4일 02시 55분


부도덕 시인에도 맹목적 옹호

소설 ‘아Q정전’같은 인지왜곡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나서던 지난달 30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주변은 지지자 1000여 명이 들고 온 노란 풍선과 바닥에 깔린 노란 장미로 가득했다. 플래카드에는 ‘당신이 있을 때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당신을 끝까지 응원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들은 이튿날 오전 5시까지 기다리면서 검찰 조사를 받고 돌아오는 ‘노짱’을 맞이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었다. 노사모가 3일 홈페이지에 밝힌 회원수는 11만1755명. 이 중 실명 인증을 거친 회원은 2만734명이다.

과거 전직 대통령의 비리 사건이 터졌을 때 일부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동정론이 없지 않았지만 ‘비리 혐의자’에 대한 맹목적 옹호의 목소리는 없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경우 검찰의 소환조사까지 이뤄진 뒤에도 노사모를 중심으로 한 열광적인 지지와 두둔이 계속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저를 버리고 가라”고 요청 했지만 이들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이런 ‘노사모 현상’을 학계에서는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유재일 대전대 정치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흔히 기존에 갖고 있던 이미지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인지 왜곡’ 이론으로 설명했다. 유 교수는 “노사모는 ‘노 전 대통령이 진정성이 있고 한계가 있더라도 다른 사람보다는 낫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며 “이렇게 고정된 인식체계는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일이 생길 때마다 유리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작가 루쉰(魯迅)의 소설 ‘아Q정전’을 예로 들며 모든 것을 음모로 보거나 자신이 틀린 것이 명백해도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합리화시킬 준비가 되어 있는 주인공 아Q의 정신체계가 이와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기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자신들의 정치적 열망과 꿈을 대변해준 존재로 보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에게 벌어지는 모욕과 고통을 자신들에 대한 고통과 모욕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90년대 대중문화의 유산’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봤다. 그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전과 달리 연예인들이 부도덕한 일을 벌여도 팬클럽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문화가 생겼는데 노사모도 비슷하다”며 “노사모의 중심 연령층인 20, 30대가 당시 대중문화의 향유층이었던 데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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