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오락가락

  • 입력 2009년 5월 1일 18시 54분


인플루엔자 A의 2차 감염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정확하지 못한 발표가 반복되면서 오히려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최초 추정환자인 50대 수녀를 인천국제공항에서 공동숙소인 수녀원으로 데리고 간 여성의 나이를 1일 44세로 정정했다. 지난달 29일 발표 당시 65세였던 여성이 이틀 만에 44세로 떨어진 것이다. 65년생을 65세로 잘못 봤다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해명이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 여성이 고령이어서 감기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44세의 여성을 고령으로 오해한 상태에서 증상에 대해 설명한 것이다.

정부의 부정확한 발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때로는 조사-검사 대상자 또는 추정 환자의 수도 틀릴 때가 있다.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질병관리본부는 의심환자(당시는 조사-검사 대상자로 명칭을 바꾸기 전)를 4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6명이었다. 추정환자로 분류될 수 있는 2명을 빠뜨린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최초 추정환자와 반경 2m 이내에 있던 비행기 승객을 8명이라고 했다가 27명으로 번복했다. 검사결과 이미 음성으로 판명된 사람들을 정밀검사 대상자로 분류하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28일 추정환자인 50대 수녀의 검체를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 보내 확진해야 한다고 브리핑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국내에서도 확진할 수 있지만 국제공조 차원에서 CDC로 검체를 보내고 있으며 최종 확진은 CDC에서 하며 이르면 2주 이내에 결과가 나온다"고 밝혔다. 이 브리핑에서는 12일경에야 최종 확진여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1일 질병관리본부는 "미국으로부터 진단 시약을 받아 국내에서 직접 바이러스의 유전자 분석을 하고 있다"며 "현재 어느 정도 마무리됐으며 이르면 2일 확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당초 발표보다 무려 열흘이나 앞당겨진 셈이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이 사실을 언론에 공표하지 않았고, 기자들의 취재에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일부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가능성만 가지고 대서특필하거나 심지어 오보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우리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이해해 달라"는 말만 궁색하게 되풀이하고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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