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철의 대치동 통신]<5>입학사정관제에 바람

  • 입력 2009년 4월 28일 15시 37분


얼마 전부터 필자의 휴대폰이 더 바빠졌다. 강남 어머니들의 문의전화 때문이다. 대부분 입학사정관제에 관한 것이다. 질문은 "입학사정관제, 뭘로 뽑는 전형이죠?" "아이에게 뭘 시키면 준비가 될까요?"로 압축된다.

이때쯤이면 연례행사처럼 문의전화를 받지만 내용은 다르다. 입시가 매년 바뀌고 이들의 질문도 예리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2007년에는 논술이 화제였고, 지난해에는 표준점수제로 회귀한 수능이 관심사였다. 입시도 살아있는 생물인가 보다.

입학사정관제는 취지만 놓고 보면 꿈같은 제도다. 성적으로 줄 세우지 않고, 학생의 창의성과 잠재력, 열정 등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그리 된다면 아이들은 딱딱한 의자에서 조금은 벗어나 원하는 활동도 하며 대학에 갈 수 있고, 대학은 선발 자율권을 누릴 수 있다. 정부도 사교육을 잠재웠다는 치적을 남길 수 있으니 가히 이상적이다.

필자 또한 중2인 둘째가 청춘다운 시기를 보내며 대학에 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미국 유학 간 제자가 학업, 학생회장 및 필드하키선수 활동을 병행하면서 대학에 진학했다는 소식을 전해줬을 때 느꼈던 부러움을 우리도 체험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러나 왠지 불안하다. 대학이 제도에 대한 의문과 불안을 진정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기대 반(半) 걱정 반(半)의 쓴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왜 이리 서두는지 묻고 싶다. 이 제도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도 90년 전 시작해 80년 걸려 정착시켰다 한다.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몇 년 전부터 예고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하는 데 너무 과속이다. 정부의 예산지원 때문이라면 말리고 싶다.

무엇보다 전문성을 확보한 사정관이 부족하다. 예비 상담과 실제 입시에서의 실사 등 할 일이 너무 많다. 첫해인 지난해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사정관 1명이 적게는 100여명, 많게는 1000여명을 사정했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래서는 '짝퉁 사정관'에 불과하다.

다음으로 무엇을 준비하면 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달라는 것이다. 불확실성은 입시에서 가장 큰 적(敵)이다. 당장 급한 고3에게는 원서와 얼굴만 내밀면 알아서 잘 평가해 준다는 것인지 하루빨리 알려줘야 한다. 현재와 같은 정보부족 상태라면 입시정보격차는 양극화를 부채질할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연 500~700만원이 드는 컨설팅이 등장하고 있지 않은가. 제발, 강북과 지방 아이들도 준비할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

고교도 배려해야 한다. 특별활동이나 봉사활동 등이 평가 대상이 되면 학교 역할은 중요하다. 교사가 제자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대학이 매뉴얼이라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 좋다. 다만 불안하지 않게 내실을 기하면서 점진적으로 확대해 주길 바랄 뿐이다.

문철 메가로스쿨 교수(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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