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언어영역/추론적 사고의 이해(2)

  • 입력 2009년 4월 27일 02시 58분


어구의 문맥적 의미 추리, 누락된 내용 찾고, 숨은 결론 읽자

‘내용의 추론’은 언어 또는 사실을 근거로 내용을 미루어 아는지, 언어 또는 사실을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할 줄 아는지, 연역 추론과 귀납 추론의 과정이나 규칙에 맞게 사고하는지를 측정한다. 비단 비문학 제재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문학제재에서도 이런 유형의 문항이 출제된다. 소설에서 인물의 심리를 추리하는 것이나 시에서 함축적 의미를 추리하는 것도 다 ‘내용의 추론’이다.

이만기 엑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내용의 추론’은 크게 주어진 정보에 의하여 내용을 추론하는 것과 다른 상황에 적용하는 것으로 나뉜다. 주어진 정보에 의하여 내용을 추론하는 것은 언어 또는 사실을 근거로 한 추리나 세부 내용의 추리, 글의 흐름을 추리하는 것으로 다시 나뉜다. 세부 내용의 추리는 어구 또는 단어가 지니는 문맥적 의미나 비유적 의미를 추리하고, 글의 흐름을 추리하는 것은 문맥의 흐름에 의해 누락된 내용이나 어구를 추리하며 생략되거나 전개되었을 내용에 대한 추리를 한다.

‘언어 또는 사실을 근거로 내용을 미루어 아는 것’은 무엇인가.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글에 나타나지 않은 내용을 미루어서 짐작하는 능력이다. 사실적 사고와 다른 점은 정답을 글 속이 아닌 글 밖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글의 주제나 요지에 관계된 추론,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결론에 대한 추론, 글의 이면에 담긴 뜻에 대한 추론이 이에 속한다.

다음 예문을 통해 ‘사실적 사고’와 ‘추론적 사고’의 차이점을 분명히 알도록 하자.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기술] 지문으로 디젤 엔진의 등장 시기와 배경, 기본 원리와 특징, 발전 현황을 가솔린 엔진과 비교·대조하여 소개하는 글이다.

<예문>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20∼23번 지문(홀수형)

「독일의 발명가 루돌프 디젤이 새로운 엔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특허를 얻은 것은 1892년의 일이었다. 1876년 오토가 발명한 가솔린 엔진의 효율은 당시에 무척 떨어졌으며, 널리 사용된 증기 기관의 효율 역시 10%에 불과했고, 가동 비용도 많이 드는 단점이 있었다. 디젤의 목표는 고효율의 엔진을 만드는 것이었고, 그의 아이디어는 훨씬 더 높은 압축 비율로 연료를 연소시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가솔린 엔진은 기화기에서 공기와 연료를 먼저 혼합하고, 그 혼합 기체를 실린더 안으로 흡입하여 압축한 후 점화 플러그로 스파크를 일으켜 동력을 얻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문제는 압축 정도가 제한된다는 점이다. 만일 기화된 가솔린에 너무 큰 압력을 가하면 멋대로 점화되는데, 이것이 엔진의 노킹 현상*이다.

공기를 압축하면 뜨거워진다는 점은 알려져 있던 사실이다. 디젤 엔진의 기본 원리는 실린더 안으로 공기만을 흡입하여 피스톤으로 강하게 압축시킨 다음, 그 압축 공기에 연료를 분사하여 저절로 착화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디젤 엔진에는 점화 플러그가 필요 없는 대신 연료 분사기가 장착되어 있다. 또 압축 과정에서 공기와 연료가 혼합되지 않기 때문에 디젤 엔진은 최대 12:1의 압축 비율을 갖는 가솔린 엔진보다 훨씬 더 높은 25:1 정도의 압축 비율을 갖는다. 압축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효율이 좋음을 의미한다.

사용하는 연료의 특성도 다르다. 디젤 연료인 경유는 가솔린보다 훨씬 무겁고 점 성이 강하며 증발하는 속도도 느리다. 왜냐하면 경유는 가솔린보다 훨씬 더 많은 탄소 원자가 길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가솔린은 5∼10개, 경유는 16∼ 20개의 탄소를 가진 탄화수소의 혼합물이다. 탄소가 많이 연결된 탄화수소물에 고 온의 열을 가하면 탄소 수가 적은 탄화수소물로 분해된다. 한편, 경유는 가솔린보 다 에너지 밀도가 높다. 1갤런의 경유는 약 1억 5500만 줄(Joule)**의 에너지를 갖 지만, 가솔린은 1억 3200만 줄을 갖는다. 이러한 연료의 특성이 디젤 엔진의 높은 효율과 결합되면서,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좋은 연비를 낸다.

발명가 디젤은 디젤 엔진이 작고 경제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생전에는 크고 육중한 엔진만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후 디젤의 기술적 유산은 이 발명가가 꿈꾼 대로 널리 보급되었다. 디젤 엔진은 원리상 가솔린 엔진보다 더 튼튼하고 고장도 덜 난다. 디젤 엔진은 연료의 품질에 민감하지 않고 연료의 소비 면에서도 경제성이 뛰어나 오늘날 자동차 엔진용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환경론자들이 걱정하는 디젤 엔진의 분진 배출 문제도 필터 기술이 나아지면서 점차 극복되고 있다.

* 노킹 현상: 실린더 안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폭발.

** 줄: 에너지의 크기를 나타내는 물리량.」

이 지문에서 출제된 20번 문항은 사실적 사고의 문항이며, 22번은 추론적 사고의 문항이다. 20번은 글 속에서 정답을 찾으며, 22번은 글 밖에서 정답을 찾는다.

「20. 위 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은?

①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먼저 개발되었다.

②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내구성이 뛰어나다.

③ 가솔린 엔진은 디젤 엔진보다 분진을 많이 배출한다.

④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연료의 품질에 민감하다.

⑤ 가솔린 엔진은 디젤 엔진보다 높은 압축 비율을 가진다.」

[풀이] 마지막 단락에 디젤 엔진이 가솔린 엔진보다 더 튼튼하고 고장도 덜 난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런 경우를 내구성이 강하다고 한다. ‘내구성(耐久性)’이란 ‘물질이 변질되거나 변형되지 않고 오래 견디는 성질’을 뜻한다. 따라서 정답은 ②번이다. 이렇게 사실적 사고는 본문에서 답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 문제는 정답의 근거를 본문 밖에서 찾아야 한다.

「22. [A]에서 추론한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

① 손으로 만지면 경유보다는 가솔린이 더 끈적끈적할 거야.

② 가솔린과 경유를 섞으면 가솔린이 경유 아래로 가라앉을 거야.

③ 특별한 공정을 거치면 경유를 가솔린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거야.

④ 주유할 때 차체에 연료가 묻으면 경유가 가솔린보다 더 빨리 증발할 거야.

⑤ 같은 양의 연료를 태우면 가솔린이 경유보다 더 큰 에너지를 발생시킬 거야.」

[풀이] 넷째 단락의 ‘탄소가 많이 연결된 탄화수소물에 고온의 열을 가하면 탄소 수가 적은 탄화수소물로 분해된다’는 내용을 통해 ③과 같은 추리가 가능하다. 가솔린은 5∼10개, 경유는 16∼20개의 탄소를 가진 탄화수소의 혼합물이라는 설명을 통해 많은 수의 탄소를 가진 경유에 고온의 열을 가하면 탄소 수가 적은 가솔린을 얻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따라서 정답은 ③번. ①번은 경유가 휘발유보다 점성이 더 강하다고 했으므로 글의 내용에 어긋나는 추론이다. ②번은 경유가 가솔린보다 훨씬 더 무겁다고 했으므로 올바른 추론이 아니다. ④번은 경유가 가솔린보다 증발하는 속도가 느리다고 했으므로 적절한 추론이 아니다. ⑤번은 경유가 가솔린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다고 했으므로 옳지 않은 추론이다.

‘주어진 정보에 의하여 내용을 추리하는 것’에는 작품에 나타난 함축적 의미와 화자의 심정 추측하기도 속한다. 주어진 글 중에서 단어나 어구의 의미가 함축적으로 이루어져서 문맥이나 상황 판단에 의해 그 의미를 추리해야 하는 경우다. 비유적인 표현의 의미 파악이나 상징적 의미의 파악도 이에 속한다.

시 작품의 경우 일단 표면적인 진술의 의미를 먼저 파악한 연후에 그 속에 함축된 2차적인 의미를 파악해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적 화자 또는 등장인물의 상황 파악→시적 화자 또는 등장인물의 정서(심리) 파악→표현 기법의 파악’ 순으로 시를 이해하는 것은 기본이다. 물론 구체적인 순서는 ‘시적 상황의 이해→시어의 함축적 의미와 역할 파악→화자의 정서 및 태도 파악→표현상의 특징과 효과 파악→유사한 상황 비교’ 순으로 진행된다. 2008년 9월에 실시된 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의 다음 작품을 보자.

<예문>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9월 모의평가 28∼33번 지문

「(가) 노래가 낫기는 그 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鷹]로 잡은 산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낯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벼락과 해일만이 길일지라도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원주(原註)]사소: 사소는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어머니. 처녀로 잉태하여 산으로 신선

수행(神仙修行)을 간 일이 있는데, 이 글은 그 떠나기 전 그의 집 꽃밭에서의 독백.

- 서정주, 「꽃밭의 독백-사소(娑蘇) 단장」

(나) 신경림 「나무를 위하여」(생략)

(다) 사립을 젖혀 쓰고 망혜를 조여 신고,

조대(釣臺)*로 내려가니 내 노래 한가하다.

원근 산천이 홍일(紅日)을 띄었으니,

만경창파는 모두 다 금빛이라.

낚시를 드리우고 무심히 앉았으니,

은린옥척(銀鱗玉尺)*이 절로 와 무는구나.

구태여 내 마음이 취어(取魚)가 아니로다 지취(志趣)를 취함이라.

낚대를 떨쳐 드니 사면에 잠든 백구(白鷗),

내 낚대 그림자에 저 잡을 날만 여겨 다 놀라 날겠구나.

백구야 날지 마라 너 잡을 내 아니다.

네 본디 영물이라 내 마음 모를소냐.

평생의 곱던 임을 천 리에 이별하고,

사랑은커니와 그리움을 못 이기어,

수심이 첩첩하니 마음을 둘 데 없어,

흥 없는 일간죽(一竿竹)을 실없이 드렸은들,

고기도 상관 않거늘 하물며 너 잡으랴.

그래도 내 마음을 아무도 못 믿거든,

너 가진 긴 부리로 내 가슴 쪼아 헤쳐,

흉중의 붉은 마음 보면은 아오리라.

공명도 다 던지고 성은을 갚으려니,

갚을 법도 있거니와 이 사이 일 없으니,

성세(盛世)에 한민(閒民)* 되어 너 좇아 다니려니,

날 보고 날지 마라 네 벗님 되오리라. - 안조원, 「만언사」

*조대: 낚시를 하는 곳. *은린옥척: 모양이 좋고 큰 물고기. *한민: 한가로운 백성.」

(가)는 박혁거세의 어머니 사소에 대한 고대 설화를 모티프로 하여 작가가 창조적으로 변용한 작품으로, ‘꽃’으로 표현된 절대적, 초월적 세계에 대한 화자의 간절한 열망을 드러낸다. 이 시의 화자인 사소는 노래, 말, 산돼지, 산새로 표현된 현실 세계의 경험에서 벗어나 초월적 세계에 도달하고 싶어 한다. 그러한 열망이 ‘문 열어라 꽃아’에 잘 드러난다. (다)는 유배가사로 작가가 추자도로 유배된 사건을 배경으로 하며, 유배지에서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며 지은 죄를 눈물로 회개하는 내용이 사실적으로 잘 드러난다. 김진형의 ‘북천가’와 쌍벽을 이룬다. 29번 문항이 시어의 함축적 의미를 묻는 ‘추론적 사고’의 문항이다.

「29. (가)와 (다)의 시어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풀이] (가)의 ‘산새’에 대해 화자는 ‘입맛을 잃었다’라고 하였으므로, ‘산새’는 화자의 지향에서 벗어난 대상이다. (다)에서는 화자의 마음이 ‘취어(取魚, 물고기를 얻음)’가 아니라 ‘지취(志趣)’에 있다고 하였으므로, ‘은린옥척(모양이 좋고 큰 물고기)’ 역시 화자가 지향하는 대상이 아니다. 정답은 ②번이다. ①번은 (가)에서 화자가 머무는 장소는 꽃밭이다. ③ (가)의 ‘개벽’이란 꽃의 개화를 의미하면서 동시에 화자가 부딪친 벽을 타개할 새로운 돌파구로, 화자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켜 줄 대상이다. 한편 (다)의 화자는 ‘공명도 다 던진’, 즉 유배를 온 상황이라 스스로를 ‘성세(盛世)’에 ‘한민(閒民, 한가로운 백성)’이 되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때의 ‘성세’는 화자가 사는 현재의 세상을 말하므로, 이것은 ‘화자의 처지가 변화하는 계기’와는 거리가 멀다. ④(가)의 ‘물낯바닥(수면)’은 얼굴을 비추는 대상이긴 하지만 ‘헤엄도 모르는 아이’가 들여다보는 것이므로 자기 성찰의 매개물이라 하기 어렵다. (다)의 ‘그림자’는 낚싯대의 그림자인데, 백구가 자기를 잡는 줄 알고 놀라 날아가게 하므로 이 역시 자기 성찰과는 거리가 멀다. ⑤(가)에서는 ‘꽃’이 열리기를 바라는 화자의 상태가 ‘아이’에 빗대어져 있다. 따라서 이 ‘아이’는 곧 화자를 의미한다. (다)의 ‘벗님’은 ‘백구’의 벗으로, 이것 역시 화자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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