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아들 대신 조카사위 내세우고 아내-집사를 ‘방패’로

  • 입력 2009년 4월 10일 02시 55분


“500만달러는 조카사위 사업 투자금” 해명

鄭 前비서관 체포되자 “집사람 돈” 사과

3월 19, 20일 동아일보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인이 관리하는 해외계좌로 500만 달러를 송금했다’고 보도했을 때 노 전 대통령 측은 “500만 달러 얘기는 처음 듣는다”, “사실무근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사저는 이때부터 부산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 측근인사들이 사저에 모여들었고 이들은 노 전 대통령과 대책을 숙의했다.

10여 일 후인 3월 30일 강 회장은 500만 달러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인척이 투자 명목으로 받은 돈이며, 노 전 대통령은 최근에야 그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측에서 처음으로 ‘500만 달러’를 인정한 것이었다. 하루 뒤에는 문 전 실장이 나서서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가 투자 목적으로 건네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사실을 퇴임 직후인 2008년 3월 초중순에 알았다”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 측에서는 ‘연철호 씨’를 1차 방어선으로 구축하면서 노 전 대통령과는 무관한 돈이라고 선을 그은 셈이었다. 그러나 의혹은 증폭됐다. 투자계약서 한 장 없이 투자 경력이 일천한 30대 중반의 연 씨에게 선뜻 500만 달러를 내줬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졌고 1차 방어선은 무너질 조짐을 보였다. 노 전 대통령 측은 2007년 12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가 연 씨와 함께 박 회장을 찾아갔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조카사위인 연 씨를 내세우면 노 전 대통령으로서는 비켜날 여지가 있지만, 아들인 노건호 씨가 직접 연루돼 있다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노건호 씨의 동행 사실은 8일 공개됐고, 노 전 대통령 측의 1차 방어선은 쉽게 무너졌다.

노 전 대통령 측은 2차 방어선으로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과 권양숙 여사를 등장시켰다. 정 전 비서관이 8일 오전 체포되자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내고 정 전 비서관의 혐의는 권 여사가 받아 쓴 것이라고 밝히고 나섰다. 막역한 죽마고우이자 500만 달러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 전 비서관을 구할 수 있는 동시에 재임 중에 받은 돈이지만 현직 공직자 신분이 아니었던 권 여사를 내세우면 뇌물죄 적용을 비켜날 수도 있을 것으로 봤을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은 9일 정 전 비서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노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이 뇌물수수죄의 공범이라고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100만 달러의 종착지가 권 여사가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이라고 본 것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측의 해명이 잇따라 나오자 ‘말맞추기’가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수사의 칼끝이 노 전 대통령 쪽으로 다가가자 처음에는 조카사위 연 씨를, 그 다음에는 정 전 비서관과 권 여사를 내세워 방어선을 구축하려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확신하는 반면 노 전 대통령 측은 방어선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봉하마을 사저 안방까지 깊숙이 후퇴한 양상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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