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객실 사이 문 없애고 짐은 좌석밑에 ‘쏙’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 미리 보는 지하철 9호선

5월 개통하는 지하철 9호선은 ‘골드라인’으로 불린다. 김포공항에서 금융 중심지인 여의도와 반포, 논현 등 강남 지역을 최단 거리로 연결하기 때문이다. 상징색 역시 금색이다.

최첨단 설비를 갖춘 9호선은 기존 지하철(1∼8호선)과 차별화된다. 5월이면 시민들을 찾아갈 ‘명품’ 지하철 9호선을 분석해 봤다.



○ 9호선에만 있는 것들

9호선에는 국내 지하철로는 처음으로 주요 역에만 서는 ‘급행열차’가 도입된다. 5월 개통되는 1단계 구간 25.5km(김포공항∼논현동)에는 모두 25개의 정거장이 있다. 급행열차는 김포공항∼가양∼염창∼당산∼여의도∼노량진∼동작∼고속터미널∼신논현 등 9개역에만 정차해 김포공항에서 강남을 30분 안에 연결한다.

흑석(중앙대입구)역과 노들역 등 2곳에는 최초로 지하 역구내에 생태 녹지 공간이 조성된다. 지붕 쪽에 유리로 된 창을 내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햇빛을 확보한다. 시는 이곳에 공기정화 기능이 높은 식물을 심고, 친수 공간을 함께 만든다. 나머지 역에는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연·전시용 광장과 인터넷 카페 같은 문화시설이 들어선다.

마곡나루역과 양천향교역, 여의도역 등에는 다른 지하철역에서는 볼 수 없는 어린이 전용 화장실이 설치된다. 변기나 세면대 위치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것이 특징이다. 또 여성들을 위해 모든 역 화장실의 여성 변기 수를 남성 변기 수의 1.5배가 되도록 했다.

지하철 좌석에 앉아 보면 숨어 있던 2cm도 찾을 수 있다. 기존 지하철의 1인당 의자 폭은 43cm인 데 비해 9호선은 45cm다. 높이가 각각 다른 노란색 손잡이도 눈에 띈다. 차량당 64개의 손잡이가 달려 있는데 이 중 절반은 기존 지하철처럼 170cm, 나머지 절반은 160cm로 설치해 어린이나 키 작은 승객을 배려했다.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도 다른 지하철에 비해 많다. 471대나 되는 에스컬레이터 길이의 합은 4050m로 백두산(해발 2744m) 높이의 1.5배가량 된다.

○ 9호선에만 없는 것들

9호선은 설계 때부터 역장, 역무실, 매표소, 현업사무소 및 숙직 근무가 없는 ‘5무(無) 시스템’을 지향했다. 매표소가 없는 대신 정차역마다 설치되는 편의점에서 표를 판매한다. 또 안전원과 이용 도우미를 배치해 혹시 생길지 모르는 시민 불편에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또 객실과 객실을 연결하는 통로 문이나 턱을 아예 없애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차량 간격이 넓으니 타고 내리실 때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방송도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과 역 플랫폼 사이 간격을 5cm로 통일했기 때문이다. 객실당 8개씩 설치됐던 선반도 4개로 줄여 개방감을 더했다. 그 대신 좌석 밑 공간을 비워 우산 등 짐을 넣어둘 수 있게 했다. 시는 논현동에서 종합운동장까지 이어지는 2단계 구간을 2013년까지, 종합운동장에서 방이동까지 연결되는 3단계 구간을 2015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인근 기반시설본부장

“東西연결 숨통 틔우고

장애인 노약자 배려”

지하철 9호선 건설 및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서울시 이인근 도시기반시설본부장(사진)은 2일“지하철 9호선 완공으로 서울시내 전체 지하철의 틀이 완성됐다”고 평가했다. 이 본부장은 “9호선 완공으로 한강 이남 동서 방향의 대중교통에 큰 축이 생기게 됐다”며 “노약자와 장애인 등 교통약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역사(驛舍)는 단순히 표를 끊는 곳이 아니라 책도 읽고, 인터넷도 하고, 공연도 보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공간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시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 본부장은 청계천 복원공사단장과 도시계획국장 등을 지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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