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대책 서둘러야 ‘의료 한류’ 뜬다

  • 입력 2009년 3월 27일 02시 58분


올 초 정부가 의료관광 육성 방침을 밝힌 후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26일 서울 강남구 아름다운나라피부과성형외과에서 스킨케어를 받고 있다(위 사진). 이날 경북 안동병원에서 열린 ‘헬스투어’에 참가한 중동 기자들은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다. 김재명 기자·안동=연합뉴스
올 초 정부가 의료관광 육성 방침을 밝힌 후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26일 서울 강남구 아름다운나라피부과성형외과에서 스킨케어를 받고 있다(위 사진). 이날 경북 안동병원에서 열린 ‘헬스투어’에 참가한 중동 기자들은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다. 김재명 기자·안동=연합뉴스
민관 협력 ‘의료관광상품 1호’ 중국인 7명 방한, 그러나…

외국인 “의료사고땐 어떻게 대처” 최대 걱정

“소송 대신 신속히 처리할 중재기구 마련해야”

“중국 미용실에서는 팩, 마사지 정도만 하는데 한국은 종류가 무척 많네요. 저도 몰랐던 제 피부타입을 알게 돼 기분이 좋아요.”

26일 서울 강남구 아름다운나라피부과성형외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 7명은 스킨케어를 받고 나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CITS, CYTS 등 중국 6개 여행사가 공동 개발한 한국의료관광 상품을 이용해 23일 입국했다. 제주도, 청와대, 경복궁, 통일전망대 등 주요 관광지를 둘러본 후 이날 병원을 방문했다.

의료관광은 외국 현지 여행사가 어떤 상품을 개발하고 정착시키느냐가 성공요인이다. 이번 사례는 그 첫 상품이 만들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병원 관계자는 “5월에는 해당 상품으로 200여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입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북 안동시 소재 안동병원도 이날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등 4개국 기자 15명을 초청해 ‘안동병원 헬스투어’를 열었다. 이들은 병원에서 종합건강검진을 받고 인근 하회마을과 도산서원을 둘러본 후 28일 출국한다.

올 초 정부는 의료관광 적극 육성 방침을 밝혔다.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의료서비스계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의료관광을 뒷받침할 제도 개선은 여전히 느린 편이다. 특히 의료관광의 걸림돌이 되는 의료분쟁 조정·중재 대책 마련은 여전히 제자리다.

의료사고 가능성은 외국 환자들이 국내 진료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이달 초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내 6개 병원 의료관광 설명회에서 해외 여행사 관계자들은 “한국 병원은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던졌다. 외국인 환자들은 의료사고가 생겼을 때 병원이 ‘나 몰라라’ 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현재 국내 의료분쟁 해결 절차는 병원과 환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외국인도 국내인과 마찬가지로 민사소송을 청구해야 한다. 외국인으로서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 국내에는 법원의 힘을 빌리지 않고 중간에서 분쟁을 조정, 중재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기구가 없다.

보건복지가족부는 현재 유명무실한 상태인 ‘의료심사조정위원회’를 외국인 환자에 대해서만이라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노홍인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민사소송은 부담스러우니 의료심사조정위원회에서 조정·중재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전문가가 상시 거주하지 않더라도 분쟁이 발생하면 즉시 모여 해법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원회가 활성화될지는 미지수다. 복지부가 내놓은 방법은 현재의 운영 방식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박형욱 의성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가장 필요한 것은 전문인력이 상시 거주하는 기관”이라며 “이런 기관이 짧은 시간 내 과실 여부를 판단하고 분쟁 양방 간 수긍할 수 있는 조정·중재안을 내놓고 강제력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 아름다운나라피부과성형외과 원장은 “환자가 안심하고 올 수 있고, 우리도 안심하고 환자를 받게 하려면 합리적이고 빠른 분쟁해결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해외 환자 유치 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 상품도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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