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위기의 청소년’ 빛을 만나다

  • 입력 2009년 3월 6일 06시 25분


부산 북구에 사는 이모 양(16)은 요즘 검정고시 준비에 눈코 뜰 새가 없다. 검정고시에 합격해 대학에 진학할 생각만 하면 흐트러진 마음도 사치일 뿐이다.

이 양은 고1 때 학교를 그만두고 가출한 ‘위기의 청소년’이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부모와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했고, 친구도 싫었다. 그러나 1년여의 방황 끝에 지금은 집으로 돌아와 희망찬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양이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는 부산청소년상담지원센터에서 ‘청소년동반자’로 일하는 김모 상담사(41)의 역할이 컸다.

학교로부터 연락을 받은 김 씨가 30여 차례 상담을 진행하자 굳게 닫혔던 이 양도 차츰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결국 이 양은 의료기관에서 심신을 치료한 뒤 지금은 학원의 도움으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가출과 비행으로 학교를 떠났던 비슷한 처지의 김모 양(14·금정구)도 청소년 동반자 배모 상담사(39)에게 100여 차례 상담을 받은 후 다른 학교로 전학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학교와 직장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이나 결혼이민자들에게 동료나 이웃이 따뜻한 꿈을 심어주는 ‘멘터링’ 바이러스가 부산에 퍼지고 있다. 후원하는 ‘멘터’와 후원받는 ‘멘티’가 꿈과 희망을 서로 나눠갖고 있는 것.

시가 위기의 청소년을 돕기 위해 운영하는 부산청소년상담지원센터의 청소년 동반자는 27명. 이들은 지난해 만난 위기청소년 718명을 대부분 가정으로 돌려보냈다.

이 센터는 지난해 총 6만7500여 건의 청소년 상담실적을 올렸고, 131차례에 걸쳐 청소년 1380명을 대상으로 학교복귀 심성교육 및 부모교육을 실시했다.

51곳에 달하는 부산지역 사회복지관의 멘터링 프로그램도 알차다.

‘햇살공부방’을 운영하는 전포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해 8월부터 부산동고 1학년생 28명에게 도움을 받은 인근 저소득 초중생 11명의 성적이 오르면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시교육청도 일선 학교의 교육과정에 다문화 교육을 포함해 학생들이 특별활동 등으로 연간 2시간 이상 관련 교육을 받도록 하고, 18개 초등학교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한국어반을 새 학기부터 운영한다.

부산외국어대는 다문화가정 자녀의 학습 및 진로지도를 위해, 한국해양대는 동구청 관내 저소득층 아동의 학습을 돕기 위해 교육 멘터링제를 실시한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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