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말 문신 포은 정몽주(1337∼1392)가 1360년 문과에 장원할 때 쓴 과거 답안지(필사본)가 처음 발견됐다.
도현철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5일 “정몽주를 포함해 고려 말∼조선 중종대 문인 30여 명이 쓴 과거 답안지의 후대 필사본을 수록한 일본 나고야 호사(蓬左)문고 소장 ‘책문’(策問·188쪽·조선 중종대 제작 추정)의 사본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책문은 왕이 국가 현안을 타개할 방법을 논하라는 시험으로, 대책문(對策問)은 그 답안지를 뜻한다. 정몽주가 치른 과거의 문제는 ‘근래 홍건적이 강을 건너 침략했는데 어쩔 수 없이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면 어떤 책과 어떤 술수가 의(義)에 합치되겠는가’였다.
정몽주는 1800자 분량의 답안지에서 “문무를 함께 써야 하는 것은 왕이 따라야 할 대법(大法)이며 만대의 불변하는 원칙이다. 근래에 이런 것들이 무너져 홍건적이 생겼다. 문무를 겸한 인재를 중용해야 나라를 안정시킬 수 있다. 태공망(강태공), 사마양저(제나라의 병법가), 제갈공명 같은 사람들이 문무를 겸해 인의(仁義)로 적을 물리쳤다. 이런 것을 모범으로 삼아 문무를 겸비한 사람을 써야 한다”고 적었다.
도 교수는 “1351년 이색이 무과 설치를 제언했듯이 정몽주도 문무를 갖춘 무관 양성을 제안한 것”이라며 “인의를 언급한 대목은 고려 말 성리학의 수용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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