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초등생 영어단어 WORD FAMILY-PHRASE로…

  • 입력 2009년 3월 3일 02시 57분


초등생 영어단어 WORD FAMILY-PHRASE 위주로 익히면 실력-재미가 쑥쑥

무리한 선행학습 흥미 떨어뜨려… 생활 속 어휘로 재미 붙여야

“처음엔 영어단어를 빨리 익히도록 단어카드를 사주고 외우게 했어요. 효과가 전혀 없어 실망했죠. 안되겠다 싶어 영어동요를 들려줬는데 그때부터 아이가 반응하기 시작했어요. 이젠 ‘cup-cap’ ‘tall-toll’처럼 비슷한 소리의 단어를 찾는 놀이를 하면서 어휘를 익히고 있어요.”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주부 홍모 씨(36·서울 성북구)는 여러 시행착오 끝에 ‘소리’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복잡한 암호를 보듯 영어단어에 무심했던 홍 씨의 아들은 1년 사이 짧은 스토리북을 혼자 읽고 이해할 만큼 어휘력을 쌓았다.

학생들에게 영어단어는 ‘무한도전’이나 마찬가지다. 새로운 어휘가 나올 때마다 그 의미와 발음, 문장 내 쓰임을 끊임없이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등장하는 낯선 어휘들을 보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공부해야 하나’ 저절로 한숨이 나오기 마련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영어단어. 초등학생이라면 얼마나, 어떻게 익혀야 효과적일까?

1. “넌 단어 몇 개나 외우니?”…‘숫자’의 환상을 버려라

제7차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초등학교 3학년이 익혀야 할 기본어휘 수는 110단어 이내, 4학년은 120단어 이내다. 5학년은 130단어, 6학년은 140단어 이내. 수업시수로 따지면 한 시간에 3, 4개의 새로운 단어를 익히는 셈이다.

학년별 기본어휘는 ‘arm(팔)’ ‘mathematics· math(수학)’ ‘difficult(어려운)’ ‘winter(겨울)’처럼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단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몇 개의 영어단어를 외우느냐보다 단어의 활용능력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어의 뜻만 줄줄 외울 것이 아니라 익힌 단어를 통해 말하기 쓰기 실력까지 쌓을 수 있도록 학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충현 한국외국어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학과장은 “단어카드 게임을 하며 단어를 큰 소리로 말해보고, 그림 영어사전을 만들며 써보는 연습을 동시해 해야 어휘력은 물론이고 어휘학습의 즐거움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처음부터 무리하게 어휘 선행학습을 시키면 영어에 대한 흥미 자체를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 주변에 널려있는 영어단어를 내 것으로 만들어라

낯선 영어단어의 철자와 발음을 정확히 익히는 건 쉽지 않다. 평소 자주 들었거나 의미를 알고 있는 단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영어를 처음 배우는 학생이라면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외래어부터 익히도록 하자. ‘카메라(camera)’ ‘주스(juice)’ ‘피자(pizza)’ 같은 외래어를 한글과 영어로 반복해서 쓰다 보면 알파벳과 소리의 규칙(파닉스)까지 익힐 수 있다.

음식점이나 도로 표지판처럼 흔히 볼 수 있는 주변 사물에서 외래어를 찾아 그때그때 기록해 놓으면 훌륭한 단어모음집을 만들 수도 있다. 가족끼리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외래어를 찾아 각 단어의 철자를 맞히는 게임을 하는 것도 한 방법.

3. ‘word family(단어의 집합)’를 만들어라

단어를 익히는 데 유독 애를 먹는 학생이라면 ‘word family’를 만들어 활용해 보자.

‘word family’란 단어의 기본형과 파생어를 하나로 묶은 단어의 집합을 말한다. ‘happy(행복한)’ ‘unhappy(불행한)’ ‘happiness(행복)’ ‘happily(행복하게)’가 하나의 집합이 되는 것.

영어단어는 명사형 형용사형 부사형 등 품사에 따라 단어의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 단어마다 ‘word family’를 만들어 놓으면 형용사에 ‘ness’를 붙이면 명사로, ‘ly’를 붙이면 부사로 품사가 바뀐다는 문법적 규칙까지 익힐 수 있다.

동사의 ‘word family’를 만들면 시제를 익히는 데 효과적이다. ‘write(쓰다)’를 예로 들면, 과거형 ‘wrote’ 과거분사형 ‘written’ 현재진행형 ‘writing’이 하나의 집합이 된다. ‘과일이름’ ‘가족관계’ ‘직업명’처럼 관련 어휘를 하나의 ‘word family’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4. 영어단어의 ‘친한 친구들’까지 함께 외워라

‘habit(습관)’이란 단어는 ‘good(좋은)’ 또는 ‘bad(나쁜)’와 함께 자주 쓰인다. 어느 정도 실력을 쌓은 학생이라면 이렇게 단어와 단어가 모여 만들어진 표현 단위(구·phrase)로 어휘 수준을 확장하는 것이 좋다.

‘friend(친구)’ ‘balloon(풍선)’ ‘tree(나무)’란 단어를 익혔다면 ‘a close friend(친한 친구)’ ‘a red balloon(빨간 풍선)’ ‘a tall tree(키 큰 나무)’처럼 의미를 만들어 보는 연습을 해보자. 이럴 땐 단어카드를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stop to(∼하기 위해 멈추다)’ ‘stop ing(∼하는 것을 멈추다)’처럼 함께 쓰이는 단어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단어들은 반드시 그 뜻과 쓰임을 정확히 익혀야 한다.

영어로 에세이를 쓸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쌓은 학생이라면 ‘연어사전’이 도움이 된다. 연어사전엔 함께 자주 쓰이는 단어들이 다양하게 나와 있어 특정 단어를 적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연어사전에서 ‘temperature(온도)’를 찾으면 ‘take the temperature(온도를 재다)’ ‘have a temperature(열이 나다)’ 같은 표현을 배울 수 있다. 이렇게 연어사전으로 단어의 표현법을 익히면 ‘세대 차이’란 말을 ‘generation difference’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엉뚱하게 어휘를 활용하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정답은 ‘generation gap’).

5. 어휘학습을 즐겨라

새로 익힌 단어는 잊어버리지 않도록 다채로운 활동을 통해 복습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노래를 부르거나 단어카드를 직접 만드는 활동이 도움이 된다. 각각의 알파벳이 적힌 단어카드를 이용해 단어 철자를 맞히는 퍼즐게임도 효과적.

문장을 읽을 수 있는 수준이라면 영어책을 복사한 뒤 문장 중간 중간에 빈칸을 만들고 알맞은 단어를 채워 넣는 퀴즈를 해보자. 문장 안의 단어 한두 개를 바꿔 전혀 새로운 문장을 만드는 놀이도 도움이 된다.

책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큰 소리로 읽으며 역할놀이를 해 보거나 영어로 적힌 조리법에 따라 요리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게 어휘를 복습하는 방법이다.

(도움말: 정영국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교수, 이보영 언어공학연구소 소장)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 초등학교 3∼6학년이 익혀야 할 기본어휘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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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 필수어휘에 속하는 외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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